경제·금융

위기극복 작은 실천서부터(사설)

국제통화기금(IMF)의 실사단이 한국의 금융실태를 조사하면서 놀랐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바닥난 외환보유액 실상이 이처럼 심각한 줄 몰랐다는 것이다. IMF 실사단은 원래 2∼3주정도 잡았던 협상기간을 그래서 최대한 단축키로 했다는 후문이다.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돌파했다고 법석을 떤게 언젠데 국가가 부도사태까지 이르게 되었다. 책임의 큰 몫은 당연히 정부가 져야하지만 기업이나 국민도 그 굴레를 벗어날 수는 없다. 소비자 보호원은 최근 「우리나라 소비실태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의 흥청망청이 오늘의 사태를 불러온 한 원인이었음을 보여주고 있어 낯이 뜨거울 정도다. 예를들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달했을 때의 1인당 소비재수입액을 보자. 일본(84년)은 49달러였던데 비해 한국(95년)은 1백65달러로 일본의 3.4배나 됐다. 또 같은 시점의 소비지출중 외식 비용이 한국은 9.6%로 일본(3.9%)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일부계층의 사치·과소비도 기가 찬다. 여러차례에 걸쳐 사회문제화 된바도 있지만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본산지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한 벌에 72만원인 조지 알마니 남성코트가 서울에서는 3백65만원이다. 뉴욕에서 33만8천원인 캘빈 클라인 캐주얼점퍼는 서울에서 1백50만원에 팔리고 있다. 지난해 양주는 2억5백만달러를 수입, 지난 91년이후 연평균 37.5%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국인이 세계 유명브랜드의 봉으로 등장한지 오래다. 내구재의 교체주기도 우리는 너무 짧다. 미국은 세탁기의 평균 교체주기가 13년이나 한국은 6년이다. 승용차는 미국이 7.8년, 일본이 9.4년인 반면 한국은 3.3년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2백86만명이 해외에 나가 1인당 평균 1천6백달러를 썼다. 우리보다 잘사는 독일의 6백40달러, 미국 9백37달러에 비해 너무 많다. 이러고도 한국이 IMF에 경제주권을 넘겨주지 않는다면 이상한 나라일 것이다.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렸다」는 비아냥도 그때가 언제였던가 싶다.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60년대 어려웠던 시절의 「배고픔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민족의 미덕인 근검 절약으로 오늘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요란한 캠페인이나 거창한 목표는 효과가 없다. 조용하게, 그리고 실행 가능한 것부터 실천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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