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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7월 24일] 신용평가사 규제방안의 방향성

파이낸셜타임스 7월 23일자

신용평가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여론은 이들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데 책임이 있다며 사형선고까지 내리려 했다. 그러나 각국 정부, 특히 최근 미 정부가 이들에 대한 규제방안을 내놓은 덕분에 사형집행은 연기됐다. 올해 초 유럽연합(EU)의 규제안처럼 미 정부의 방안도 신용평가사들을 좀 꾸짖고 풀어주는 것 같다. 신용평가사 등록제 시행, 규제당국의 감독강화, 신용등급을 부여한 회사에 대한 자문금지, 신용평가사 간 이해상충 발생시 엄격한 법률 적용, 등급 평가와 관련된 더 많은 정보공개 등 새로 도입되는 규제들은 모두 합리적이다. 그러나 신용평가사의 현재 수익모델(등급평가를 받는 기업이 비용 지불)에 정부의 규제조치가 맞물리면서 신용평가사들이 이익추구를 위한 과점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기업 자본과 리스크에 대한 심사가 엄격해지면 투자자들은 차입 및 자산신탁을 위해 높은 등급을 받은 기업들을 찾게 된다. 이로 인해 신용평가사들은 기업의 자본시장 진입을 등급에 따라 통제하는 권한을 가질 수 있으며 수익 추구도 높은 등급을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질 것이다. 신용평가사들은 현 수익모델의 특성상 정확한 신용평가보다는 높은 평가를 바라는 기업의 이해를 반영한다. 반면 투자자가 등급평가를 요청, 비용을 지불하면 신용평가사가 정확한 기업평가를 내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기업이 높은 등급을 받은 것을 이용해 자본차입을 최대화하려는 경우도 있어 이 방법 또한 신용평가사의 인위적인 고평가관행을 근본적으로 근절하지 못하고 약화시키는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신용평가사의 막강한 권한을 줄이려면 신용등급의 영향력을 낮추는 게 더 좋은 방법이다. 미 재무부는 일부 규제당국이 신용평가사의 등급평가를 계속 참조할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EU는 최근 구조화증권(structrued securities)에 대한 일정한 자본비율을 규정해 단지 기업이 높은 등급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자본비율을 맞추지 않는 것을 제한했다. 이 방법이 제대로 된 절차다. 시장의 자유를 좋아하는 신용평가사들이 그동안의 공적인 권한을 제한 받고 서로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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