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장 기업들이 외국인 주주 압력에 못이겨 주주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하는 미국식 지배구조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經) 신문은 최근 일본의 36개 상장 대기업들이 미국식 기업지배구조를 채택키로 했으며 이달 말께 예정돼 있는 주주총회에서 채택 여부가 투표에 부쳐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올 초에 회계연도를 마감한 파코, 세이유 등 4개 기업이 미국식 기업지배구조를 도입한 바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16일 이와 관련 국제 투자자들이 일본 재계로 하여금 세계의 보편적인 기업 지배 규범에 따르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는 신호라며 영국의 보다폰과 월마트 등 외국인이 대주주로 있는 일본 텔레콤과 같은 기업이 이 같은 움직임의 선봉 대열에 있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36개 상장사들은 기업지배구조 혁신을 위해 회계감사 위원회, 이사 임명 위원회, 경영진 임금 책정 위원회 등 세가지 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또한 내부 이사로만 구성돼 있는 이사회에 외부 이사들을 대폭 영입해 경영 감시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일본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주주의 권한보다는 종업원, 고객, 은행 등 채권자 중심의 경영을 해왔으며 이에 따라 상장 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홀대 받는 외국인 주주로부터 집중 비난을 받아왔다.
특히 일본 정부가 대기업의 선단식 경영구조를 해체하기 위해 계열사간 상호지분보유(cross-shareholdings) 축소에 나서면서 대기업은 지분 매각에 나서고 외국인이 이들 주식을 매집하면서 외국인 주주의 영향력이 점점 커져 왔다. 최근 들어 도요타 등 주요 상장 기업들이 분기실적 발표를 하기 시작한 것도 투명성을 강조하는 외국인 주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