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설 자리 더 좁아진 시간 강사들

'시간강사制' 폐지되지만… 대학은 차등 강의료에 초빙·겸임교수 늘려<br>국공립대, 전업·비전업 나눠… 강의료 싼 비전업 대폭 늘려<br>사립대도 처우 개선 '미온적'… 입지 약화에 시간강사 '분통'


지방 국립대인 C대는 올해부터 전업 시간강사의 총 연봉(소득)이 2,000만원이 넘을 경우 비전업 강사(강의 외에 다른 돈벌이가 있는 강사)로 분류하기로 하고 시간강사들을 상대로 원천징수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강의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 강사들은 연봉 2,000만원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이 대학의 판단이다. 이 대학이 이런 식으로 비전업 강사를 늘리려는 것은 강의료 차이 때문이다. 전업 강사는 시간당 6만원의 강의료를 받고 비전업은 3만원을 받는다. 정부가 시간강사를 폐지하고 시간당 강의료를 인상하는 내용의 처우개선 방안을 내놓았지만 시간강사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대학들이 비용증가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동원하면서 시간강사들의 입지가 오히려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업∙비전업 시간강사를 구분해 강의료를 차등지급하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3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확정하면서 국립대 시간강사 강의료를 지난해 4만2,500원에서 6만원으로 인상했다. 전업∙비전업의 시간당 강의료는 각각 6만원과 3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러자 국공립대들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전업 강사를 늘리는 쪽으로 소득기준을 만들고 있다. 서울대는 전임강사 연간소득의 절반 수준인 2,600만원을 전업∙비전업 기준으로 삼았다가 시간강사들이 반발하자 기준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도 강의료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국공립대와 달리 정부의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사립대들도 시간강사 처우개선에 여전히 미온적이다. 지방 사립 D대학은 올해 시간강사를 지난해 대비 10% 정도 줄이는 대신 초빙∙겸임교수를 시간강사 규모의 절반 가까운 200명가량 새로 채용했다. 대학 측은 유명인사들을 초빙·겸임교수로 채용해 강의의 질과 홍보효과를 높였다고 주장하지만 이 대학 비정규직교수노조는 "유명인사 초빙은 극히 일부분일 뿐 대학 측이 평균 강의료가 시간강사의 3분의1에 불과한 초빙∙겸임교수를 헐값으로 대거 채용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초빙∙겸임교수들 중에서도 전문성과 능력을 가진 분들이 있지만 대학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이들을 활용하는 측면이 더 강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시간강사제가 폐지되고 강의료가 인상되면서 이들에게 강의를 맡기는 대신 기존 전임교원의 강의시간을 늘리고 '초과강의료' 등 추가수당을 제공하는 대학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전체 강좌 수를 줄이거나 강의 최대 수강인원을 늘리는 등 가급적 강사를 덜 써도 되는 방법을 강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개정안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기존 교수들의 강의부담은 늘리고 시간강사들은 더욱 끝자락으로 내몰 것으로 우려된다. 임순광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위원장은 "시간강사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려면 시간강사를 없애는 대신 연구강의교수를 도입하고 사립 중∙고교 교사 인건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것처럼 사립대 비정규직 교수까지 인건비와 공동연구공간을 지원하면 된다"며 "시간강사들을 오히려 더 벼랑 끝으로 내몬 정부 개악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3월 확정된 정부 개정안은 지난달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 전체회의에 계류 중이며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표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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