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나라살림 좋아졌지만 안심하기엔…

지난해 국가채무 예상보다 적은 392조…재정수지 30조 개선<br>고물가·적자성 채무증가 등 장애물 극복이 과제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예상을 깨고 당초 전망치보다 14조원 이상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재정수지(관리대상수지) 역시 전년 대비 30조원 이상 개선됐다. 지표만으로 봐서는 나라 살림살이가 좋아진 듯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고공행진하고 있는 물가에 소비가 줄고 경제성장률도 둔화 조짐이 보이고 있어 올해 나라 살림살이가 지난해보다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당장 올해 부동산 취득세 50% 감면이 추진되고 있고 내년부터 소득세 추가감세가 예정돼 있는 등 재정건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장애물들이 곳곳에 있다. 정부가 강한 재정긴축 드라이브를 걸지 않는 한 재정건전성은 언제라도 악화될 수 있다. ◇나라 빚 증가세 예상보다 둔화=정부가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10 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는 392조8,000억원으로 당초 예상치(407조2,000억원)에 14조4,000억원가량 못 미쳤다. 2009년(359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33조2,000억원 증가한 수준이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보면 지난해가 33.5%로 2009년보다 0.3%포인트 오히려 줄었다. 국가채무 상황이 이처럼 나아진 것은 빠른 경기회복 덕분이다. 지난해 6.2%에 달하는 경제성장에 세입이 예산보다 5조8,000억원 증가하고 세출은 3조5,000억원 감소한 영향을 크게 받았다. 지난해 세입은 26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소비 증가로 개별소비세ㆍ교통환경에너지세가 2조5,000억원이나 증가했고 부가가치세(2조1,000억원), 관세(1조4,000억원) 등도 예산 대비 추가 징수됐다. 정부의 모든 수입ㆍ지출 차이를 나타내는 통합재정수지는 지난해 16조7,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당초 2조원 적자가 예상됐는데 1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정부의 순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대상수지는 13조원 적자로 예산상 30조1,000억원 적자에 비해 호전됐다. 관리대상수지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로 2009년(-4.1%)보다 크게 좋아졌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세금이 많이 걷힌데다 한층 강화된 재정관리로 나라 회계장부 상황이 좋아졌다"며 "이 추세대로라면 당초 계획대로 2013~2014년 균형재정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비상' 건전재정에 장애물=이러한 건전재정이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장애물은 역시 물가다. 올 들어 가파른 물가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민간소비에 비상이 걸렸고 이에 따른 세수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쓰게 될 각종 긴축정책도 세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나랏빚의 성격도 꼼꼼히 뜯어보면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채무 주체별로 중앙정부 채무는 373조8,000억원으로 예산 대비 20조8,000억원 줄었지만 지방정부 채무는 19조원으로 오히려 6조4,000억원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취득세 50% 감면 등까지 예정돼 있어 지방채무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적자성 채무가 증가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적자성 채무가 193조9,000억원, 금융성 채무가 199조원으로 각각 49.4%, 50.6%를 차지했다. 적자성 채무가 2.6%포인트 늘어났는데 적자성 채무는 대응자산이 없는 만큼 결국 유사시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해야 할 빚이다. 채무구조가 그만큼 악화돼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오는 2012년부터 소득세 추가감세가 예정돼 있고 총선과 대선이 겹쳐 선심성 사업이 나타날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이영 한양대 금융경영학부 교수는 "재정건전성이 나빠지면 정부의 신뢰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나 외환위기까지도 연결될 수 있다"며 "한번 훼손되면 회복하기가 몹시 어려운 만큼 앞으로 늘어날 국정사업을 잘 억제하면서 세수도 확충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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