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굿·줄타기등 볼거리 다채… 시민 참여 씨름대회도 열려<br>음악극 '로미오와 줄리엣'등 젊은이들 취향 살린 작품도
| 국립극장 '비보이 대 풍물패 공연, 오페라'안드레아 셰니에', 남산국악당 '로미오와 줄리엣'(왼쪽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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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다. 삼국사기 유리이사금조에 따르면 왕녀 2명이 이끄는 무리가 길쌈을 하고 음력 8월 15일에 그 성과의 많고 적음을 살펴 승자를 축하하고 각종 가무와 놀이를 하도록 한 것이 추석의 기원이다. 이처럼 한 해의 풍요를 즐기며 서로를 위로하고 정을 나누는 것이 추석의 정신인 셈이다.
추석의 정신에 맞게 한 데 모여 가무를 즐기고 풍요로운 먹거리를 나눠 먹는 다양한 공연들이 곳곳에 마련돼 추석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우리 가락ㆍ춤사위와 함께 신명 나게=추석 기간 동안 국립극장, 국립국악원, 남산국악당, 삼청각에서는 추석의 여유와 멋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전통 공연이 선보인다. 남산 자락에 자리한 국립극장은 22일 추석 당일 '추석난장'을 개최한다. 올해는 특히 다른 곳에선 만날 수 없는 전통재래장터가 들어선다.
전통 화덕과 가마솥에서 만든 국밥, 부침개, 송편과 수정과, 오미자차 등 고향의 손맛이 가득한 먹거리도 맛보고 추억의 뻥튀기 아저씨가 외치는 '뻥이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씨름대회가 광장 한복판 특설 모래판에서 열린다. 전 씨름선수이자 개그맨으로 활동한 박광덕 씨가 심판으로 나서 경기의 재미와 박진감을 더할 예정이다.
재래시장 콘셉트라고 해서 전통적인 모습만 있는 건 아니다. 비보이와 풍물패가 한 공간에서 기량을 겨루는 크로스오버 공연을 통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역동적인 예술을 만날 수 있다. 전통줄타기(중요무형문화재 제58호)도 볼 만하다. 줄광대 중에서도 명수로 알려진 줄타기 예능보유자 김대균의 스릴 넘치는 묘기를 눈앞에서 즐길 수 있다. '추석난장'의 대미는 관객 모두가 손에 손을 잡고 도는 강강술래로 장식한다.
서초동에 자리한 국립국악원에선 오는 22일과 23일 오후 6시 국립국악원 야외무대 별맞이터에서 '연희, 난장트다' 공연을 전석 무료로 펼친다. 난장(亂場)은 조선시대 무허가 상행위인 난전(亂廛)에서 유래한 말로 열린 장에서 여러 사람들이 섞여 떠들거나 뒤엉켜 뒤죽박죽이 되는 것을 뜻한다. 이번 공연은 전통 연희로 고된 세상살이에 막힌 울분과 한을 풀어주는 난장과 같은 해방구를 만들어 함께 떠들고 웃고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역동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연희, 난장트다'에서는 양주별산대놀이와 지난해 강강술래 등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남사당놀이, 탈꾼의 한쪽 발에 탈을 씌우고 앞쪽의 광대와 재담을 주고받는 인형극인 '발탈' 등을 구경할 수 있다. 공연의 절정인 '한판, 흐드러지게 놀고'에서는 판굿과 어름(줄타기), 버나(대접 돌리기), 살판(땅재주), 무동놀이 등 남사당놀이의 여러 종목들이 어우러져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삼청각에서는 22일, 23일 오후 6시부터 고급 한정식 식사와 국악 공연, 식후 강강술래를를 결합한 특별한 공연 '추석자미'를 일화당 공연장과 놀이마당에서 개최한다. 공연은 풍년을 경축하는 음악 '경풍년(慶豊年)'과 민의식 명인이 연주하는 '달하노피곰'이 연주되며 소리꾼 남상일ㆍ박애리가 출연해 소리를 들려줄 예정이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삼청각 놀이마당에서 관람객들과 출연진들이 강강술래를 함께 추면서 전통놀이를 체험할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서울남산국악당에서도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인 '한가위 미수다'를 마련한다. 추석 당일부터 26일까지 오전 11시부터(26일은 오후 4시) 남산국악당 체험실에서 송편 빚기, 다례시연 및 전통차 맛보기, 삼청각 한식당에서 만든 한식 도시락 먹기와 함께 KBS 국악대상을 수상한 '정가악회'의 국악 연주가 곁들여진다.
◇무용, 뮤지컬 등 공연도 풍성=추석이라고 해서 전통 공연만 있는 건 아니다. 젊은이 취향에 맞게 다양한 무용과 연극이 마련돼 있다. 중견배우 김성녀가 1인극(뮤지컬 모노 드라마) '벽속의 요정'(연출 손진책)을 오는 27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스페인 내전 당시의 실화를 토대로 한 일본 작가 후쿠다 요시유키의 원작을 배삼식 작가가 1950년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우리 상황에 맞게 각색한 것으로, 벽 속의 요정과 함께 사는 엄마와 어린 딸의 흥미진진하고도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그렸다. 벽 속에 숨어 딸의 성장을 지켜봐야 했던 아버지의 애틋한 사랑, 가난과 남편의 부재 속에서 어렵지만 꿋꿋하게 가정을 꾸려나가는 어머니의 모습이 애절하게 펼쳐진다.
김성녀는 이 작품에서 딸, 어머니, 아버지, 요정 등 혼자 30역을 소화하며 내공 있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객석에서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계란팔이 장면과 극중극인 그림자 인형극 '열두달 이야기'도 볼거리다.
서울예술단은 창작 댄스뮤지컬 '뒤돌아보는 사랑'을 24일부터 28일 사이에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선보인다. '뒤돌아보는 사랑'은 지난 2007년 선보였던 '오르페오'를 업그레이드한 작품으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오르페오 이야기와 현재의 젊은 남녀의 사랑과 갈등을 연극, 무용, 음악과 결합시켜 만든 댄스뮤지컬이다.
오르페오 신화는 아내 에우리디케를 구하러 지옥으로 갔다 아내를 돌아보지 말라는 지옥의 신 하데스의 말을 어겨 다시 아내를 잃은 오르페오의 슬픔을 담고 있다. 이번 무대는 신화와 현실이 동시에 교차되는 극중극 형식으로 진행된다. 현실에서는 무용수인 젊은 부부 동욱과 유리가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케'의 주인공을 맡아 공연을 준비하면서 빚어지는 오해와 질투, 사랑을 그리며 신화에서는 아내를 잃은 오르페우스의 지옥 여정을 다룬다.
90분간 진행되는 공연은 현실과 신화를 오가는 극을 중심으로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재즈댄스를 결합시킨 새로운 형식의 춤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주인공을 맡은 무용수는 대사 없이 몸짓으로만 극을 표현하지만 연출가와 무대 진행자들이 코러스 역할로 참여해 노래와 연기로 극의 내용과 정서를 전달한다.
남산국악당이 마련한 음악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21일부터 10월 24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음악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극단 목화가 우리 무대언어인 악(樂), 가(歌), 무(舞)로 그려낸 마당놀이 형식의 공연이다. 런던의 바비컨센터 초청공연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세계무대에서 호평을 받았던 작품으로,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과 함께 뒤풀이 잔치도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