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돈… 자금 빠른회수에 주력"
'조삼모사(朝三募四)'에서 경영방식을 배운다면 어떨까. 민경조(59) 코오롱건설 사장은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이 고사성어조차 재해석, 기업 현금관리의 금언으로 삼을 정도로 유동성 관리를 중요시하는 경영자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돈의 시간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경영. 즉 어떤 사업에서든 최대한 자금회수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조삼모사의 고사에서 원숭이는 기왕 하루치 도토리의 배급량이 같다면 저녁보다는 아침식사분을 많이 줄 것을 요구하는데 이는 건설업체로 치면 공사대금 중 잔금보다 초기자금을 많이 받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민 사장은 설명한다.
빠른 자금회수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것이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 같은 매출규모의 사업이라도 현금을 좀더 빨리 확보할 수 있다면 그만큼 부채를 조기 상환하는 것이 가능해 금융비용은 줄고 사업 수익성은 높아진다.
그의 경영스타일은 사장 취임 초기에는 다소 이상스럽게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수익성 여부가 불확실한 공사는 아무리 규모가 커도 덤비지 말라는 민 사장의 지시는 업체들이 덤핑 수주경쟁까지 감수할 정도로 건설시장의 수주물량이 줄어든 상황에 비춰볼 때 적절치 않은 것으로 지적받았다.
그러나 사장자리에 오른 후 2년반 가량이 지나면서 나온 경영성적표는 이런 의문들을 단번에 불식시키고 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1조원에 달해 창사 이래 최대액수를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 동기보다 영업이익이 100% 가량 상승한 것. 최근에는 신용등급도 'BBB-'에서 'BBB'로 올랐다.
민 사장은 "올들어 인건비가 상승하는 등 나쁜 변수가 있기는 했지만 일상적인 업무는 외주를 주고 협력업체 정예화를 통해 업체당 물량배정을 늘리는 방식으로 비용을 최소화해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2.5%포인트나 낮췄다"고 설명했다.
경영상 악재는 미리 떨궈버리는 것도 그가 지키는 원칙 중 하나. 그가 회계부서 직원들에게 비용발생 사항을 장부상에 미리 반영시킬 것을 요구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민 사장은 "일부 업체는 실재하지도 않는 장부상 이익을 만들라고 회계부를 쥐어짜기도 하는데 나는 오히려 반대로 하니 아마 업계에서는 드물게 회계부서에서 인기가 있는 CEO 중 하나일 것"이라며 여담을 내뱉기도 했다.
그에게 지난 2년여 동안이 내실을 다지는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좀더 공격적인 경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택사업 분야의 강화를 위해 공급물량을 2배 가량 늘려 연간 3,000~5,000가구이던 주택 분양물량을 7,000~1만가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에는 마산에서 1,800여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공급하기로 하는 등 도급공사 수주와 자체 사업부지 확보작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민 사장은 "올해 주택 도급공사 수주목표액은 1조원이며 광주ㆍ대구ㆍ부산ㆍ전주 등과 같은 지방 대도시에서는 직접 토지를 매입해 대규모 주택사업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플랜트건설사업의 경우 소각처리 및 물 처리시설 등 환경건설 분야로 특화를 시도하고 있다.
플랜트건설사업은 고도의 기술과 공사관리 능력이 필요한 만큼 경쟁력이 확실한 분야로의 특화전략을 펴지 않으면 자칫 적자공사를 면하기 어렵기 때문.
지난해 매출에서 환경건설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로 아직 크지는 않지만 지난 2000년 코오롱엔지니어링과 합병한 후 점차 이 분야의 기반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민 사장은 "플랜트건설도 무조건 대형공사만 따낸다고 좋아할 게 아니다"며 "설계와 자재조달ㆍ품질관리ㆍ시공관리 등 모든 공정을 확실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공사만을 수주해 철저하게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병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