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경 붕괴 가속… 2,500조 시장 뜬다

◎「기본통신시장 개방」 WTO협상타결 임박/실력없을땐 「예속의 계절」 불가피/“개방·경쟁 수용” 전략적 사고 필요「우리시장이 열린다, 세계시장이 열린다」 세계 정보통신산업은 올해 유례없는 「개방의 홍수」를 맞는다. 오는 2월15일 타결될 것이 확실시되는 WTO(세계무역기구) 기본통신협상으로 각국의 전화·이동통신·위성통신 등 기본통신시장은 모조리 개방된다. 이는 21세기 세계 정보통신산업과 무역이 어디로 갈 것인가를 일러주는 이정표다. 기본통신의 개방은 통신서비스 교역을 촉진할 뿐 아니라 시스템과 단말기 등 하드웨어산업을 우뚝 일으킨다.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경쟁, 통신위성 확보경쟁도 촉발한다. 나아가 통신·방송융합흐름과 맞물려 방송시장의 개방, 그에 따른 PC·서버 등 정보기기산업의 활성화를 낳는 촉매가 된다. 과거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던 천문학적 규모의 「초시장」이 기본통신시장 개방에 따른 연쇄반응의 결과로 생겨난다. 오늘의 기본통신 개방국면을 낳은 주역 미국은 때맞춰 EU와 일본, 캐나다 등 이른바 「쿼드(Quad)」를 끌어들여 모든 정보통신제품을 무관세화하자는 정보기술협정(ITA)을 체결하기 직전에까지 세계 각국을 몰고 왔다. WTO와 ITA가 규정하는 새로운 「게임의 법칙」은 가치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냉엄한 현실이다. 버틴다고 유예되는 것도 아니다. 정보통신시장에서 WTO와 ITA가 끌어내는 「국경의 붕괴」가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화된다. 「닫으면 죽는다, 열면 산다」는 개방과 경쟁의 법칙은 세계 정보통신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된다. 누구도 부인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 우선 기본통신협상으로 우리 통신사업자들의 주식을 외국인이 33% 이상 보유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들이 자국시장의 빗장을 활짝 열어놓은 반면 우리의 양허안은 「가장 폐쇄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이들로부터 집중적인 개방확대압력을 받게 될 상황이다. 또 M&A(인수합병)에 의해 우리기업중 몇몇은 외국인손에 넘어갈 수 있다. 물론 외국인이 이 땅에 회사를 차려 통신사업을 할 수도 있다. 한·미, 한·EU 쌍무협상에 의해 「국산통신장비」시장을 지킬 수 있는 보호막도 사라졌다. 선진국들은 정보통신산업 육성이나 국산품 구매를 장려하려는 우리정부의 어떤 움직임도 놓치지 않는다. 관세장벽, 기술장벽을 세우기는 원천적으로 어려워진다. 이상한 징후만 있으면 즉각 「통상압력」의 으름장이 떨어질 판이다. 만일 우리가 선진기업의 진입을 기술·자본·마케팅 등 실력으로 지켜낼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기업은 먹히고, 외제장비를 사고, 외국기업에 통신요금를 고스란히 내야 하는 「예속의 계절」을 맞는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결국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세계가 경쟁력있는 극소수의 「공급국」과, 절대다수의 「구매국」으로 양극화되는 재편과정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우리시장을 발가벗겨 내보인다는 방어적 시각을 벗어나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활짝 열린 세계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라는 마인드를 가지면 거대한 지평선을 볼 수 있다. 세계 정보통신시장은 지난해 1조8천9백억달러. 2001년에는 2조9천9백억달러, 무려 2천5백조원에 이른다. 정부는 이중 5% 정도, 1백25조원은 우리기업들 차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선 『개방, 세계기업과의 경쟁을 정면으로 수용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개방과 경쟁으로 국내 통신사업자가 서비스를 개선하고, 외국기업들로부터 선진 마케팅기법을 배울 수 있는 등 오히려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나아가 외국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된다. 영 브리티시 텔레콤과 미 MCI가 합병한 사례나, 세계 최대의 통신사업자인 일본의 NTT 내에서 「외국 유수통신업자와 합병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올해도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전망이 매우 밝다. 그러나 국내시장이라는 우물에 안주할 수 없다. 개방의 파고가 해일같지만 방파제는 사라졌다.<이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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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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