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국책사업과 지역발전


영남권역의 높은 여망에도 불구하고 동남권 신공항사업은 유보하기로 결정됐다. 입지평가위원회가 밀양과 가덕도 모두 공항입지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한 것을 정부가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이 두 곳의 지형구조상 공항을 짓기 위해서는 주변 산을 깎는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공항규모에 비해 건설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가는 점을 감안한 것 같다. 동남권 신공항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검토되기 시작했다. 또한 지난 17대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제시되면서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더욱 커졌던 것 같다. 그러나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정책신뢰성과 지역발전 가능성뿐 아니라 사업타당성과 현실적인 제약 조건, 국익 등을 두루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정된 예산 효율적 사용 중요 이번에 유보결정이 나오기까지는 공론화의 시기로부터 4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정부로서도 많은 고민과 오랜 논의기간을 거쳐 내린 고육지책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입안단계에서부터 경제적ㆍ기술적 타당성을 철저히 점검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그리고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지역 간의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는 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지금 저출산ㆍ고령화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복지지출 등으로 재정수지가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가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비를 서둘러야 할 형편이다. 쓸 데가 많다는 이유로 세금부담을 늘릴 경우 기업경쟁력 약화와 경제활력 저하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정된 예산을 국익과 사업의 우선순위를 엄정히 따져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하고도 중요한 일이다. 특히 막대한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신공항은 완공까지 10조원 가량의 재원을 투입해야 하고 공사기간도 짧게는 5년, 최장 10년이 걸리는 국가적 중대사다. 개장 후에도 수요가 많지 않아 적자가 발생하게 되면 세금으로 보전해줘야 한다. 이미 우리는 인천공항을 제외하고 14곳의 지방공항을 갖고 있다. 반면 미국은 약 400여개의 지방공항이 운영되고 있다. 우리보다 국토면적이 98배에 달하고 항공운송망이 훨씬 발달한 미국에 비해 단위 면적당 지방공항의 수가 3.4배에 달하는 셈이다. 또 우리 지방공항 14곳 중 김포와 김해, 제주공항 3군데를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신공항 건설문제는 시간을 갖고 충분한 재논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적자뿐인 국내 지방공항들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인천공항을 능가하는 새로운 국제공항으로 재검토돼야 한다. 공항의 활용에 국한된 경제성 분석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전체의 국가경쟁력을 염두에 둔 신공항으로 검토돼야 한다. 우리의 경제상황이나 국가재정상태 및 지출여력 그리고 예산배분의 우선순위 등을 다시 한번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신공항 보완 대책 빨리 내놔야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아울러 지금은 공항입지를 선정하기에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다. 4․27 재보선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았고 내년에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연이어 치뤄지는 등 중요한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민감한 시기에 신공항입지를 결정하는 것은 자칫 불필요한 오해와 지역 간의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보다 발전된 새로운 신공항계획을 밝힐 때까지 시급히 보완대책을 내놓는 일이다. 영남권역의 주민과 기업이 수도권 국제공항을 이용하는 데 따르는 불편을 해소해주기 위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는 등 공항건설 유보에 따른 후속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지금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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