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평균환율을 1,000원대로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김재철 무역협회 회장)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에 대비하자.”(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국내 최우량 기업인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CEO)와 무역업계 수장이 3일 “환율 1,000원 붕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동시에 제기했다.
올들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정부의 환율방어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기업들의 ‘환 충격’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미국 뉴욕 월가에서는 심지어 ‘한국의 원화 환율이 900원대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마저 나왔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환율시장 변동은 달러화 약세라는 해외변수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1달러당 1,000원선’ 붕괴는 시간문제”라며 “환율방어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서둘러 ‘환율 세자릿수 시대’에 대비할 필요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김재철 무협 회장은 이날 서울 삼성동 무역협회에서 서울경제와 개별 인터뷰를 갖고 “올 환율전망은 미국의 환율정책 기조와 중국의 위앤화 평가절상 수용 여부가 변수인 탓에 공식적으로 언급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환율이 평균 1,000원대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정부가 환율방어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흐름을 감안할 때 1,000원선 붕괴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미다.
김 회장은 이어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교수(전 일본 대장성 재무관)도 최근 개인적인 면담자리에서 미국이 중장기적으로 약달러 정책을 지속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며 “최근의 급속한 환율변동 속도와 원화가치 상승폭을 볼 때 환율전망이 밝지 않다”고 덧붙였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이날 임직원에게 보내는 월례사를 통해 “원화 환율이 다시 빠르게 하락하면서 한때 달러당 1,000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며 “4~5년 전부터 환율 1,000원 시대에 대비하자고 강조해왔지만 ‘그 밑으로 떨어질 것’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이날 ‘원화환율 900원대 붕괴’를 시사하는 월가의 보고서가 급속히 유포됐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환율 1,000원 붕괴는 이미 증권 전문가들 사이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900원대 초반으로 하락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부에서 나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