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현대차에 대한 외교관들의 볼멘소리


"국산차량 타고 싶어도 현대자동차가 협조를 안 해주니 방법이 없네요." 최근 해외출장 중에 만났던 재외공관장들이 기자에게 공통적으로 건넨 얘기다. 공관장 차량 교체시기가 돼 국산차량을 구입하려고 했으나 현대차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차량 구입을 못하고 있다는 불만의 토로다. 사연은 이렇다. A공관장은 최근 현대차에 신형 에쿠스 구입을 의뢰했다. 하지만 현지 국가의 정유정제기술이 낙후해 현지 휘발유나 경유가 구입 차량과 맞지 않아 판매가 어렵다는 회신을 받았다. 그러나 A공관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외교관으로서 당연히 국산차량을 타야 한다는 생각에 현대차 측 지인을 통해 적극 설득한 끝에 가까스로 엔진 개조차량을 판매하겠다는 대답을 얻어냈고, 3개월을 더 기다려 오는 10월 말부터 국산차량을 타게 됐다. 그러나 B공관장 경우는 국산차량 구입을 자포자기했다. A공관장과 마찬가지로 차량 교체 시기가 돌아와 현대차에 차량 구입을 문의했지만 '현지 국가는 생산라인이 없는 관계로 애프터서비스(AS)와 부품 조달, 수리 등이 용이하지 않아 차량을 공급할 수 없다'는 현대차 측 대답만 돌아왔다. B공관장은 현대차 측을 설득했지만 "손실도 크고 B공관장 사정만 봐줄 수 없다"며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B공관장은 어쩔 수 없이 독일의 벤츠를 구입했고 독일 차량에 태극기를 달고 다니고 있다. 물론 A공관장 역시도 10월 말 차량을 인수받기 전까지는 피치 못하게 해외차량에 태극기를 달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다. 출장 당시 얘기를 꺼낸 외교관들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현대차로서도 일부 공관장을 위한 별도로 차량을 개조해 공급하기는 곤란한 것 아니냐고 기자는 생각했었다. 그러나 귀국 후 외교부 관계자의 얘기를 듣는 순간 국익보다 기업의 이익이 먼저였다는 점에 씁쓸했다. 이 관계자 얘기로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미국과 독일, 특히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국익차원에서 재외공관장들이 해외 어떤 오지 국가에 나가더라도 자국차량에 자국국기를 달고 다닐 수 있게 적극적으로 협조한다고 한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이익보다 먼저 생각하는 국익, 현대차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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