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넷의 충격

금세기 초 발명된 전기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은 우리의 생활방식을 근본으로 바꿔놓고 있다. 전기 덕분에 가전제품과 무선통신 등 수많은 제품이 등장했듯이 인터넷도 앞으로 우리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많은 신제품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자동차의 발명도 이와 유사한 예다. 헨리포드가 조립라인 기술을 도입해 모델T의 생산량을 연간 2만대에서 40만대로 늘리자 말이 더이상 운송수단으로 필요가 없어졌다. 이에 따라 말의 먹이인 건초의 수요가 급감하고 옥수수·밀·콩과 같은 대체 식량의 재배가 늘어났다. 나아가 가축의 생산량이 늘고 미국인들의 식생활 습관도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최근 정보기술의 발전은 경제분야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정보기술이 전체 경제의 6%를 차지했고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도 35%나 됐다. 호황을 구가하는 미국경제와 불황에 빠져 있는 일본경제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바로 정보기술에 대한 투자였다. 미국이 정보 인프라 스트럭처를 구축하느라 정신없이 바쁠 때 일본은 재정적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다리건설이나 강 바닥을 청소하는 데 사용했다. 인터넷은 경제성장의 중요한 원천이다. 오늘날 7,000만명의 미국 가계와 6,500만명에 달하는 해외 가계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 이용자는 100일마다 두배씩 증가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 GDP의 4% 가량이 인터넷과 관련된 지출로 추산된다. 인터넷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것은 다음의 다섯가지 형태를 통해서다. 첫째 하드웨어·네트워킹(델·시스코), 둘째 접속·광대역(UUNET·AOL), 셋째 소프트웨어·서비스인프라(MS·인크토미), 넷째 컨텐츠(야후·익사이트), 다섯째 전자상거래(E-베이·아마존) 등이다. 이들 분류는 다시 4개의 영역으로 나눠진다. 즉 B2B(기업대 기업, 시스코), B2C(기업대 개인, 아마존), C2B(개인대 기업, 프라이스라인), C2C(개인대 개인, E-베이) 등이다. 지금까지 성장이 가장 빠른 부분은 B2B 분야다. 이들 분야의 판매규모는 B2C의 10배인 1조3,000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기업의 재고관리 기법이 획기적으로 달라졌다. 예를 들어 GM은 3만7,000여 하청업체로부터 연간 800억달러의 부품을 구입하고 있다. 페인트 재고량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자동적으로 공급자에게 전달된다. 멕시코에 있는 제조업자는 시카고에 있는 시어스사(社) 가게에 몇벌의 청바지가 남아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재고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줄어든다. 재고는 수요와 공급에 대한 정보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하다. 델컴퓨터는 주문이 들어와야 부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실제 재고가 전혀 없다. 그러나 타이완의 지진은 예기치 못한 재고가 항상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인터넷을 통해 재고를 최소화하면서 시간단위로 자신들의 부품을 공급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트럭이 이동창고 역할을 하게 된다. 인터넷의 발달과 재고의 감소는 경기 변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인터넷시대 이전에 경기 변동의 75% 가량은 재고 조정 때문이었다. 재고 변동을 제외하면 역사적으로 경기 변동은 거의 없었다. 정보기술은 경기 사이클의 진폭을 크게 줄였다. 더 나은 정보는 재고에 대한 필요성을 줄여 경제상황을 더욱 안정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기술혁명에는 걱정스런 부분도 있다. 신경제(NEW ECONOMY) 하의 근로자들은 사상 유례없는 번영을 누리고 있는 반면 전통경제(OLD ECONOMY) 하의 근로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 5년간 기술 제조업분야의 생산성은 연간 30%씩 증가했다. 그러나 비기술분야의 생산성은 단지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같은 생산성의 차이는 두 경제분야의 실질임금 격차를 더욱 벌려 놓았다. 94년 이래 신경제 분야의 실질임금은 11%가 상승한 반면 전통경제 분야는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궁극적으로 인터넷의 세계도 점차 안정세를 되찾게 될 것이다. 90년대의 인터넷 산업은 20년대 자동차 산업과 자주 비교된다. 당시 미국에는 300개가 넘는 자동차 제조업자들이 있었지만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곳은 단지 3개뿐이다. 결국 인터넷의 세계도 통합을 통한 몸집 불리기가 전개될 것이다. 이미 상위 10개 인터넷 페이지의 광고수입이 전체의 70%를 유지하고 있다.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인터넷 혁명은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경제적인 사건이다. 금세기 초 전기가 도입됐을 때처럼 인터넷 혁명도 이제 여명기에 불과하다. 앞으로 인터넷을 활용한 새로운 발명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생산성과 경제성장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장기적으로 미국과 금융시장의 전망을 밝게 보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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