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두모 미원그룹 신임회장(월요초대석)

◎“「발효공업」 총력… 질로 승부하겠다”/식품·제약 등 자신있는 사업서 초일류 추구/「전문인경영」 시대흐름… 타그룹 확산될것/계열사에 자율 최대보장 직원창의력 끌어낼터대림그룹에 이어 미원그룹도 전문경영인체제에 들어섰다. 오너인 림창욱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고 뒤를 이어 고두모 회장이 미원그룹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지난 79년 미원그룹에 입사한 고회장은 무역 및 해외금융에 정통하며 미원의 해외사업을 반석위에 올려놓은 장본인이다. 올 3월 대상공업(전 세원) 사장에 취임, 미원(주)과의 합병을 매끄럽게 처리하기도 했다. 고회장은 논리정연한 경영이론과 치밀한 성품의 원칙주의자로 사석에서는 대형으로 불릴 정도로 넓은 포용력과 리더십도 갖추고 있다. 사업구조 고도화와 경쟁력 제고라는 중책을 떠맡은 고회장을 8일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자택으로 찾아가 앞으로 미원그룹을 이끌어 갈 방향과 경영관 등을 들어보았다. ­먼저 미원그룹이 전격적으로 전문경영인체제로 바뀐 배경과 의미는. ▲미원과 세원의 합병 등 수년전부터 추진해 온 구조조정 작업이 거의 완료됐다. 경영상태가 매우 호전되는 등 그룹내 문제점이 해소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림명예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것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지 때문이다. 오너는 주관적, 자의적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투명하고 자율적인 경영은 시대의 흐름이다. 국내 다른 업체에도 선진형 전문경영인체제가 확산될 것이다. ­오너가 실질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마당에 전문경영인으로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론도 있는데 마찰이나 갈등은 없을 것으로 보는가. ▲그렇게 보는 사회적인 시각이 더 문제다. 전문경영인체제인 기아에 오너가 있었다면 지금처럼 곤경에 빠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오너가 있는 전문경영인체제의 경우 오너경영과 전문경영인만의 경영에서 나타나는 단점을 극복할수 있다. 우선 오너경영체제에 젖어 온 직원들의 타성을 깨는 게 급선무다. ­그러면 림명예회장과의 역할분담은 어떻게 되는가. ▲임명예회장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이 아니다. 단지 한발 옆으로 비켜서서, 종전과 다른 입장에서 기업발전 전략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장기도 옆에서 보면 수가 더 잘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외국의 사외이사회 형태로 경영에 참여, 여러가지 자문을 해주게 된다. ○임 회장 그룹자문역 ­미원그룹이 수년전부터 추진해온 비전문업종 매각, 일부 계열사 합병 등의 구조조정작업은 이제 마무리된 것인가. ▲다운사이징이 끝난 것은 아니다. 계열사 통폐합만으로는 궁극적인 목표인 경쟁력 향상을 통한 21세기 초우량기업으로 거듭나기에는 불충분하다. 앞으로도 경영혁신을 강도높게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사실 경영혁신을 안하는 업체는 한 곳도 없다. 문제는 방향이다. 현재 부실로 문제되는 기업은 사업다각화에만 치중, 방만한 경영에서 비롯됐다. 부실의 근본원인은 경쟁력 하락이다. 경쟁력은 단순한 원가절감 으로는 높아지지 않는다. 기술고도화, 마케팅력 강화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도록 체계적, 입체적으로 시스템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 ­사업구조조정의 핵심인 미원과 세원을 다시 합친 이유와 이의 파급효과는. ▲미원은 제약부문에 4백억원을 투입하는 등 미래를 위한 투자는 많이 했지만 수익성은 좋지 않았다. 반면 세원은 라이신 경기 호조로 수익성은 좋지만 앞을 내다본 투자는 미미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이같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현재의 수익성 개선과 함께 장래의 성장성까지 갖추게 됨으로써 커다란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 ○미원합병 효과 클것 ­앞으로의 사업구조 고도화 방향은 어떻게 잡고 있는가. ▲미원이 추진중인 경영혁신은 세계를 겨냥한 것이다. 양적으로는 뒤지더라도 질적인 면에서는 어느 누구보다도 앞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여러 업종에 뛰어들기보다는 가장 잘 아는 전문분야를 깊이 파고 들어갈 계획이다. 체질에 맞는 사업에만 자원을 쏟아부을 것이다. ­집중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사업부문은. ▲식품을 포함한 생물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조미료·핵산·아스파탐·라이신 등 발효공업에 승부를 걸고 있다. 미원은 발효공업에 있어서는 세계 3대 메카다. 세계 정상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유전자조합 등 최첨단 신기술을 접목, 제약 신물질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승산있는 분야로 보고 있으며 가시적인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유통과 건설에도 투자를 늘려나갈 예정인데 다른 업체들에 비해 사업규모는 작더라도 나름대로의 차별화를 꾀하겠다. ­주력인 식품의 경우 성장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식품은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의식과 환경, 교통 등 모든 것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 이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식품이다. 식품은 자동차보다 더 첨단산업이라고 할수 있다. 새로운 기술의 적용으로 기능성 제품을 개발하는등 얼마든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시장 적극 공략 ­외국에서 오래 근무하는 등 해외통으로 알려져 있는데 구상하고 있는 미원그룹의 세계화 방안은. ▲조미료와 라이신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꾀하고 있다. 조미료와 라이신은 미원이 세계시장의 15∼20%를 점유하고 있는 상품이다. 조미료의 경우 유럽과 중국 남미 미국 등에 공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으며 라이신도 현재 연간 9만톤인 생산능력을 20만톤까지 확충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해외진출은 철저하게 「가치의 사슬」을 추구한다. 가치의 사슬이란 생산원가가 가장 저렴한 곳에 공장을 짓고 가장 비싼 곳에다 파는 것이다. 또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을 지향한다. 이는 글로벌리제이션과 로컬리제이션을 합친 것으로 세계화와 토착화를 뜻한다. 현지 문화에 맞는 경영기법을 도입, 생산과 판매를 현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룹경영방침과 평소 갖고 있는 경영철학은. ▲통제보다는 자율을 중시한다. 계열사 사장들에게 최대한의 자율권을 주고 꼭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만 조정역할을 맡겠다. 경영의 기초중의 기초는 인력의 질 향상이다. 기업 경쟁력은 조직 구성원에 의해 판가름난다. 기업은 개인의 창의와 능력이 발휘되는 열린공간이 돼야 한다. 신바람나게 일할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힘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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