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럽 IPO시장 '찬바람'

기관투자자들 과열 경쟁으로 버블 형성후 주가 급락 잇따라<br>"올 시장회복 힘들것" 전망 확산


올 들어 유럽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들의 절반 가량이 상장 이후 공모가에도 못 미치는 주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다시 얼어붙고 있어 올해 IPO 시장이 제 기능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시장 교란을 기관투자자들의 과열경쟁이 주도했다는 평가여서 경기둔화로 시름하는 시장에 악재 요인을 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 "올들어 유럽 주식시장에서 IPO를 진행한 업체 중 절반 가량이 현재 발행가에도 못 미치는 주가를 받고 있다"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IPO 참여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자리잡으며 시장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기업공개를 연기했던 기업들이 대거 시장에 뛰어들며 올해 IPO 시장이 위기 이래 처음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던 당초 전망과는 상반된 결과다. 실제 신문에 따르면 올들어 8월말까지 영국 기업들이 IPO 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는 100억 달러를 밑돌았다. 이는 위기 전인 2006년의 총 조달자금 규모가 500억달러를 넘어섰던 것에 비해 크게 급감한 것이다.


신문은 "올해 IPO시장의 성장 전망과는 달리 명확한 기업공개 의사를 표명했던 기업들조차 앞다퉈 이를 철회하고 있다"며 "남은 기간 동안 기업공개 시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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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따르면 소매업체 뉴룩, 오일기업 페어필드에너지, 브라질 광산개발업체 페루스리소시즈 등이 이미 IPO 연기를 선언했다. 자료조사 업체인 딜로직은 이어 올들어 기업공개 의사를 철회한 업체 수가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한다고 공개했다.

특히 신문은 올해 IPO 열기가 급감한 주요 이유로 유럽 재정위기나 성장둔화 전망이 아닌 기관투자자들의 과욕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투자은행(IB) 등 기관투자자 사이에 경쟁이 과열되며 상장예정기업의 가치가 과도하게 산정됐고 이들로부터 긍정적인 기업 보고서가 쏟아지며 시장 전체에 'IPO 버블'이 생겼다는 것이다.

FT는 "시장 호황 전망에 따라 기관투자자들이 앞다퉈 시장에 가세하며 수요예측 및 밸류에이션 산정 시 거품이 발생했다"며 "이는 상장 뒤 주가 급락으로 이어져 추가적인 시장 유입을 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이어 "이들은 투자 결과가 신통치 않게 나오자 빠르게 시장을 이탈해 시장 교착의 주요 원인도 제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온라인소매업체인 오카도는 지난 13년간 기준 최대 규모인 8개의 투자은행을 주관사로 선정한 결과 보호예수가 해제 된 한달 뒤 발행가 대비 20%의 주가 하락률을 기록했다. 프리젠테이션 디스플레이 업체인 프로메탄월드는 첫 반기 실적이 나온 직후 성장 여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주가가 발행가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하기도 했다. 신용경색 이래 최대 규모였던 에사르에너지는 기업지배구조의 의구심 등이 제기되며 5월 상장 당시 런던 증시역사상 최악의 첫날 주가 하락률(-7%)을 기록했었다.

FT는 "상장의 운명을 결정짓는 기관의 시장 장악력이 부활한 게 올해 IPO시장이 부진한주요 원인"이라며 "기관들은 자사나 고객사의 투자자금을 줄이기 이전에 정당한 밸류에이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먼저 숙고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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