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 등에서 9월 말부터 내년 3월까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한다고 16일 밝혔다. 최성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 강화, 노인·장애인·도서벽지 주민의 불편 해소 등 원격의료의 도입 취지를 감안할 때 시범사업을 더 이상 지연시키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현재 참여 가능한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우선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의협과 원격의료의 안정성·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의정 공동 시범사업을 6개월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4~5월 의협과의 수차례 협의를 거쳐 6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하겠다고 5월 공동 발표했다. 하지만 의협이 내부 갈등으로 구체적인 시범사업안을 제시하지 않는 등 의협 측의 귀책사유로 지금껏 의정 공동 원격의료 시범사업 착수가 지연됐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정부 위주로 진행되는 이번 시범사업에는 일부 시·군·구 지역의사회가 참여한다. 함께하는 의사회의 수와 지역을 묻는 질문에 복지부 관계자는 "2개 지역의사회가 참여하기로 했다"며 "어느 지역인지는 해당 지역의사회에서 공개를 꺼리고 있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정부가 이달 말부터 착수하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원격모니터링과 원격진료로 나뉜다. 환자의 건강상태를 관찰하고 환자와 상담이 가능한 원격모니터링 시범사업은 시·군·구 의사회에서 추천한 의원급 의료기관, 참여를 희망한 개별 의원급 의료기관 등 총 6곳과 서울(송파)·강원·충남·경북·전남 4개 지역 보건소가 9월 말부터 시작한다.
진단과 처방까지 할 수 있는 원격진료 시범사업은 한 달여의 준비기간을 더 두고 강원 홍천, 충남 보령, 경북 영양, 전남 신안 등 도서벽지 보건소 4곳과 교도소·군부대 등 특수지 시설 2개소 등에서 실시된다.
정부의 강력한 원격의료 추진 방침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은 대상 시설과 환자 규모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에는 의원 6곳, 보건소 5곳 등 9개 시·군·구 11개 의료기관과 특수지 시설 2곳이 참여한다. 예정된 시범사업 대상 환자 규모는 약 1,200명이다. 대조군 600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600명만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셈이다.
의협의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도 이번 시범사업의 의의를 반감시키고 있다. 거센 후폭풍도 예상된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며 "정부가 독단적으로 무리하게 강행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대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