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구글, 모토로라 모빌리티 125억弗에 인수] 글로벌 IT시장 또 한번 격변기 맞나


구글의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전격적으로 인수하면서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은 또 한 번의 격변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구글은 이번 인수로 제조업체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한 반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애플에 이어 구글과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이중고’에 놓이게 됐다. ◇구글의 속내는 모토로라 특허?=구글은 지난 2007년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선보인 이래 휴대폰 제조업에는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로 구글은 소프트웨어에 이어 하드웨어 시장에서도 글로벌 강자로 올라서게 됐다. 애플과 마찬가지로 서비스와 운영체제, 하드웨어를 모두 아우르는 거대 IT 기업으로 등극한 것이다. 구글의 이번 인수는 애플과의 특허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구글은 지난달 캐나다 노텔네트웍스가 보유한 특허 6,000여개를 9억달러에 인수하려 했으나 45억달러를 제시한 애플 컨소시엄에 자리를 내줬다. 여기에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이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를 상대로 특허사용료를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졌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모토로라는 현재 1만7,000여건의 통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모토로라의 특허는 4세대(4G) 네트워크에 강점이 있어 주요 IT 업체들이 속속 인수 의사를 표시해왔다. 모토로라 지분 11.4%를 소유한 미국 기업 사냥군 칼 아이컨도 최근 “모토로라의 특허는 엄청난 가치를 갖고 있다”며 모토로라에 특허 판매를 압박하기도 했다. 구글도 초기에는 모토로라의 특허만 인수할 계획이었으나 지분 인수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가 글로벌 IT 시장의 인수합병 열풍을 지피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차세대 IT 시장의 성장동력인 클라우드 서비스가 개시되는 올해를 기점으로 인수합병 바람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모바일칩셋 전문업체 ARM의 인수합병설이 제기된 데 이어 노키아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전폭적인 업무협력을 체결한 마이크로소프트도 노키아 인수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국내 업체 타격 불가피=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는 ‘추락하는 휴대폰 명가’ 모토로라를 되찾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모토로라는 지난 1973년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개발한 이래 노키아와 함께 글로벌 휴대폰 시장의 양대산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2005년 선보인 ‘레이저’는 출시 2년 만에 5,000만대 이상이 판매되며 대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레이저의 성공에 안주한 나머지 스마트폰 시장에 주도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는 이미 5위권 밖으로 밀려났으며 올 들어서는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인 북미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당분간 별개의 회사로 운영하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전략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글이 직접 휴대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동안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 주력해왔던 국내 업체들은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구글이 모토로라에 최신 운영체제를 먼저 공급하고 경쟁 업체 지원에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후발업체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글과의 협력관계를 나타내는 척도였던 ‘레퍼런스폰’도 모토로라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레퍼런스폰은 새 운영체제 출시에 앞서 안드로이드폰 제조사와 손잡고 미리 선보이는 본보기 제품이다. 구글은 지난 2008년 첫 안드로이드폰인 ‘G1'을 HTC를 통해 출시한 이래 ‘넥서스원(HTC)’, ‘넥서스S(삼성전자)’ 등을 잇따라 내놨다. 하지만 이번 인수로 구글의 차세대 전략 제품과 핵심 서비스에서 모토로라에 우선 순위를 양보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구글은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협력자에서 최대 경쟁자로 변모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독자 운영체제가 있는 삼성전자보다 LG전자, 팬택 등의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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