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씨모텍은 주주와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해 287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겉보기에는 실권주 없는 100점짜리 자금 조달로 주관사의 잔액인수도 없어 발행사와 주관사가 윈윈(Win-Win)한 듯 보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씨모텍이 유상증자 이후 2개월 만에 감사의견 거절로 퇴출 위기에 몰리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씨모텍 증자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은 한 순간에 투자자금을 날릴 위기에 놓였다. 투자자들은 유상증자 과정에서 기업실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동부증권과 우리투자증권에도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관련기사 5면 실적이 좋지 못한 기업들이 유상증자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선지 한 두달만에 부도나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증시 퇴출 위기에 몰리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해당 회사가 위기 상황을 외부에는 알리지 않고 유상증자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강행하면서 피해가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0년 감사보고서상 의견거절과 자본잠식 등으로 상장폐지 가능성이 큰 상장사는 22개사에 이른다. 이 가운데 퇴출 사유가 발행하기 불과 1~3개월 전에 유상증자나 CB, BW 발행에 나선 곳은 9개사에 달한다. 이 중 6개사는 자금 조달에 성공해 최고 수 백억원을 확보했다. 나머지 3개사도 주주나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금 조달을 꾀했지만 일정 연기와 청약 미달로 ‘미수’에 그쳤다. 대한해운은 지난 1월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기 불과 한 달 전 866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LIG건설도 최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열흘 전에 40억원이 넘는 기업어음(CP)를 발행하기도 했다. LIG건설은 이를 포함해 최근 3개월 사이에 654억원의 자금을 CP 발행을 통해 끌어모았다. 부도나 감사의견 거절 등 위험 사태를 회사 내부에서 미리 알 수 있었던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자금 조달에 나서 투자자들의 손실만 초래한 셈. 뜻하지 않게 투자자금을 날릴 처지에 놓인 투자자들은 “악덕 기업에 속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투자자는 한 주식투자 관련 사이트 게시판에 “몇 백억원 자금도 얻었겠다 회사 측이 손해 볼 것 없으니 손 털고 상장폐지를 조장한 느낌”이라며 “증시에서 퇴출될 경우 목숨을 걸고라도 검찰 측에 이들을 고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투자자도 “이 정도면 거의 사기 수준으로 수 많은 개미 투자자들의 희망은 물론 삶의 의지 마저 꺾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