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세상을 움직이는 우먼파워]<1>산업계 흔드는 핑크빛 물결

"소비시장 블루오션"… 女心 잡는 기업이 뜬다<br>차·금융·스포츠시장 등 주부들 '태풍의 눈' 부상<br>기업, 기획서 판매까지 여성 겨냥 마케팅 불뿜어<br>제품 연구개발·디자인 등 女風 활용도 새 트렌드로



SetSectionName(); [세상을 움직이는 우먼파워]산업계 흔드는 핑크빛 물결 "소비시장 블루오션"… 女心 잡는 기업이 뜬다차·금융·스포츠시장 등 주부들 '태풍의 눈' 부상기업, 기획서 판매까지 여성 겨냥 마케팅 불뿜어제품 연구개발·디자인 등 女風 활용도 새 트렌드로 심희정기자yvette@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고객은 女왕이다’… 기업, 기획에서 마케팅까지 ‘여성’ 공략 나서 지난 5월 현대ㆍ기아차 양재동 본사. 연구소는 물론 마케팅, 시장조사팀, 미래트렌드팀 등 각 부서를 대표하는 여성 팀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올 들어 두 번째 여성전문가그룹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내년 출시될 신차에 치마를 입는 여성들을 고려해 땀 흡수가 잘 되고 통풍이 좋은 시트 소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기획 단계부터 섬세한 여성의 감수성이 스며들게 하는 대표적인 현장이다. 경쟁사인 한국GM은 여심을 정확히 공략해 대박 신화를 낳았다. 지난해 7월 한국GM내 단일 색상으로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핑크 스파크’ 가 그 주인공. 경차의 주고객이 여성임을 착안한 여직원들이 마케팅부서에 ‘핑크컬러’를 적용하자고 제안한 덕이다. ‘여성’이 미래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산업계에 여심을 잡아 성공신화를 창조하려는 바람이 산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과거 일부 주방용품에만 국한돼있던 여성 소비자의 입김이 이젠 식품과 생활가전제품을 넘어 자동차, 전자, 금융, 여행, 스포츠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마케팅 대가인 톰 피터스 스탠포드대 교수는 일찌감치 여성 소비자에 주목해 ‘여성’을 21세기 미지의 시장으로 규정했다. 한마디로 여성이 ‘21세기 블루오션’이란 얘기다. 그는“구매력과 정보력을 갖춘 여심을 잡을 경우 120%의 파급효과를 노릴 수 있는 데다 여성은 자신의 경험이나 정보를 타인과 공유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갈파했다. 무엇보다 변방에 머물렀던 여성들이 산업계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데는 과거 남성이 갖고 있던 구매결정권이 여성에게로 옮겨온 변화와 무관치 않다. 여성마케팅 전문가 김미경 더블유인사이츠 대표는 “가정 내 구매의사결정권의 80% 이상을 여성이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엄마 마케팅’ 연구자인 마리아 베일리도 “가족에게 필요한 모든 살림살이를 구입하는 것은 바로 가정 주부”라고 지목했다. 사정이 이렇자 여심을 꼭 집어낸 히트 상품들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테리어 차별화 욕구를 지닌 주부들의 심리를 반영, ‘인테리어 소품’으로 업그레이드된 마시모주끼 프리미엄 냉장고로 큰 재미를 봤다. 평소 같으면 250만원 가량의 고가 냉장고의 경우 한 달에 몇 백대 수준으로 팔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10배가 넘는 수천 대가 판매됐다. 이탈리아 보석 디자이너 마시모주끼와 사내 여성디자이너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까지 가전에 여심을 유혹하는 디자인을 입힌 결과다. 이어 삼성전자는 패션 디자이너인 카렌 리틀과도 같은 방식으로 프리미엄 냉장고를 제작해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은 여성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여심을 잡으려는 기업들의 노력은 자동차, 전자업종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통적인 남자들의 영역인 스포츠계에서도 여성마케팅이 불을 뿜고 있다. LG스포츠는 ‘레이디데이’를 만들어 여성 팬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야구장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메이크업, 네일아트 부스까지 운영, 여성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주부 고객이 가족 전체를 끌고 온다는 점에서 수유실을 만들고 여성용 화장실까지 확충했다. 흡연 공간까지 분리하는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여심을 얻으려는 기업들의 여성 마케팅도 한층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여성 영역이던 생활용품 및 가전제품 광고에 여성들에게 인기 높은 남성 연예인을 앞세운 ‘역발상 마케팅’까지 펼치고 있다. 생리대 브랜드 허밍스는 최근 제품 모델로 꽃미남 남학생을 파격 기용했고, 샴푸 댕기머리는 소지섭을 모델로 발탁해 여심을 공략 중이다. 청정원은 장동건, 정우성, 이승기로 이어지는 남성모델을 통해 주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오상훈 마케팅인사이트 연구위원은 “여성 마케팅 성패의 관건은 여성의 섬세한 감성에 부합하는 품질과 서비스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아예 여성을 제품 기획 및 생산 단계에서부터 참가시키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여성 인력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남성중심적이던 조직 문화와 시스템으로는 여성 소비자들의 마음을 간파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한 것이다. 여성이 고객의 절반을 차지하는 KT는 여성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여성 임원이 늘어나야 한다는 취지에서 얼마 전 여성 팀장들을 대상으로 ‘여성 멘토링 제도’를 만들었다. 포스코는 스테인리스 마케팅실 스테인리스 열연판매그룹 그룹리더로 양호영 씨를 첫 여성 리더로 발탁해 철강업계에 부드러운 여풍을 예고했다. “미래의 여성 경제 시대에는 여성과 여성의 잠재력을 잘 이해하고 행동으로 공감하는 능력을 지닌 조직이 유리한 시대가 왔다”는 톰 피터스의 조언을 적극 반영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21세기 블루오션인 여성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단지 늘어난 여성 구매력을 염두에 둔 마케팅 위주의 단순한 논의를 넘어 시장을 대하는 철학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 소비자의 근본적인 요구를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정환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여성을 이해할 수 있는 시장 전문가, 가족 및 아이들을 연구하는 전문가, 주부심리를 꿰뚫는 심리 전공자들을 대거 영입해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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