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中企 '키코' 손실 은행으로 불똥튀나

미결제 대금, 미수금 처리·대지급 속출

원화약세가 지속되면서 중소기업들이 통화옵션 달러 결제를 하지 못하자 은행들이 대신 결제해주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부터 일부 중소기업들이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 등으로 키코(KIKOㆍKnock In Knock Out) 거래에 따른 달러 대금을 결제하지 못하자 은행들이 미수금 또는 대지급 처리하고 있다. 은행권은 대지급 기한을 6개월로 늘려주거나 대출로 전환하고 있지만 환율이 세자릿수로 내려가지 않을 경우 중소기업의 손실이 은행 부실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키코는 은행과 중소기업이 계약을 맺고 매달 중소기업이 정해진 환율로 달러를 사서 은행에 결제하는 상품이다. 환율이 내려가면 중소기업은 달러를 싸게 사 환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환율이 올라가면 달러 매수 비용이 커져 손실을 보게 된다. 수출기업들은 미래에 받을 달러 대금으로 결제하지만 수출대금보다 결제대금이 많을 경우 달러를 사서 갚아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환차손에 노출된다. 최근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도 국내 은행 세 곳과 키코 계약을 맺고 달마다 달러 대금을 결제해왔다. 그러나 수출대금보다 많은 결제규모와 유동성 부족 등으로 달러를 매수하지 못하자 은행이 미수금으로 처리했다. 은행들은 아직 중소기업의 미결제 규모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키코 거래의 위험성 때문에 심사를 통해 수출실적이나 건전성 등이 좋은 곳과 계약을 맺었다”며 “그러나 여러 은행을 돌며 과도하게 거래한 중소기업은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환율방향에 따라 중소기업의 키코 손실이 은행 부실로 연결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키코 상품은 매달 달러로 결제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이 내려가면 중소기업이 이익을 볼 수도 있다”며 “환율이 980원 이하로 낮아지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만 지금보다 더 올라간다면 은행들도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헤지피해기업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키코 손실이 계속 발생하면서 기업의 여신한도를 초과해 결제를 못하는 곳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소수이기는 하나 손실금액이 커 폐업하겠다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키코를 포함한 통화옵션 거래는 한국씨티은행이 65조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은행 43조원 ▦산업은행 30조원 ▦외환은행 24조원 ▦우리은행 18조원 ▦SC제일은행 16조원 등의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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