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2월 17일] 위기의 '국가위기관리 시스템'

며칠 전 한국리스크관리학회에서 개최한 세미나는 국내 대표적 공기업의 위기관리 현황과 과제에 대한 사례발표를 통해 현 정부의 위기관리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단면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이날 세미나를 통해 현 정부의 공기업 위기관리에 대한 정책은 종전 참여정부의 그것에 비해 현저히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의 위기관리센터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면서 정부 산하기관과 공기업에 대해 전사적 리스크 관리체제 구축을 요구했다. 그 결과 세미나 사례발표에 참여한 4개 공기업의 경우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공기업별 위기유형을 선정하고 유형별 위기관리 매뉴얼을 수립해 해당 위기유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되고 NSC 사무처가 정부조직 효율화에 휩쓸려 폐지되면서 정부 내에 공기업 위기관리에 관한 종합관리 및 지원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이 사라지게 됐다. 그 결과 공기업의 위기관리 업무가 방향성을 잃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나마 구축해왔던 위기관리 시스템마저도 공기업 선진화와 구조조정의 흐름 속에 무관심의 대상이 돼 자칫 무용지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공기업 민영화는 현 정권의 중요과제이며 대통령이 국정 우선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 정책은 그 나름대로 당위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의 국가적 금융위기를 지켜보면서 공기업들의 위기관리에 대한 인식이나 시스템 구축 등이 참여정부보다 소극적이고 후퇴하는 듯한 모습을 보게 된다. 리스크 관리는 우리가 10년 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가기관이나 민간기업을 막론하고 이에 대한 필요성을 뼈저리게 절감하고 그동안 최우선적으로 보강해온 조직체의 주요 기능이다. 그런데 시장경제를 중시하고 경제 살리기에 발벗고 나서겠다는 대통령과 여당이 국가적 위기관리의 핵심기구를 대책도 없이 폐지하고 정부 내 어디에도 이런 기능을 담당하는 대체조직을 설치하지 않은 채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국가기관이 재난을 피하기 위해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거나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은 재난의 발생으로 조직에 미치는 충격에 비하면 정말로 ‘새발의 피’라 할 것이다. 금융산업의 경우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지난 10년 동안 리스크 관리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전사적인 리스크 관리 강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전세계적 금융위기가 발생해도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이다. 반면 다른 산업의 경우에는 전사적 리스크 관리에 상대적으로 투자를 적게 해왔다고 보여진다. 이런 차원에서 국가경제와 국민생활, 정부기능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공기업의 리스크 관리는 국가적 리스크 관리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공기업의 리스크 관리가 약화된다는 것은 국가적 리스크 관리가 약화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착실히 이뤄온 공기업들의 전사적 위기관리체제 구축을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끌고 갈 컨트롤 타워를 정부부처 내에 두는 것만으로도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1차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공기업 위기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관심을 통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신뢰감이 회복되고 어떠한 재난과 위기가 닥치더라도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날이 조속히 다가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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