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영화 리뷰] 구미호 가족

도시 사람 홀리기엔 너무 순진한 구미호들


최근 '물랑 루즈' '시카고' 등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들의 인기와 국내 공연뮤지컬 시장의 성장으로 한국 영화계에서도 뮤지컬 형식에 많은 관심이 일고 있다. '다세포 소녀' 등 몇몇 작품은 부분적으로 뮤지컬 형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올 추석 개봉하는 영화 '구미호가족'도 이런 흐름에 함께 한 영화다. 본격 뮤지컬 코미디를 표방한 이 영화에는 8곡이나 되는 창작 뮤지컬 곡이 등장한다. 영화 속 의상이나 무대 장치도 뮤지컬을 연상케 한다. 영화는 TV드라마 '전설의 고향'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구미호를 소재로 한다. 구미호는 천년동안 살았다고 전해지는 꼬리 아홉개 달린 여우. 백년을 살 때마다 꼬리가 하나씩 늘어나고 둔갑술 등 온갖 요술을 부려 인간의 모습으로 살 수 있는 존재다. 이런 전설에 작품은 천년이 되는 날 살아있는 인간의 간을 먹어야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설정을 추가했다. 영화는 천년이 되는 날을 한달 앞둔 시점부터 인간의 간을 얻기 위한 구미호 가족의 좌충우돌을 보여준다. 간을 찾기 위해 인간들이 많이 사는 도시에 나타난 구미호 가족. 사람들을 홀리기 위해 서커스장을 개업하지만 늘 파리만 날린다. 아들과 딸의 매력을 동원해 인간들을 꼬시려고도 하지만 역시 쉽지 않다. 각박한 도시의 사람들을 홀리기에는 천년동안 산 속에 숨어 살던 이들은 너무나 순진하다. 그러던 중에 빚쟁이들에게 쫓겨 우연히 서커스장에 온 사기꾼 기동(박준규)이 첫눈에 큰 딸(박시연)에게 반한다. 이를 안 아버지(주현)와 아들(하정우). 둘을 강제 합방하며 기동을 포섭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구미호란 존재는 오직 인간이 되기 위한 소망만을 갖고 있는 한 맺힌 존재다. 하지만 영화 속 구미호는 이런 통념을 뒤집는다. 자상하지만 소심한 가장, 단순 무식한 아들, 인간이 되는 것보다는 남자를 꼬시는 데에 관심이 더 많은 큰 딸, 먹는 데에만 관심을 보이는 막내, 사기꾼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기동 등 각각의 캐릭터는 전설 속 보다는 오히려 현실 속에서 본듯한 인물이다. 시트콤 '순풍산부인과'를 집필했던 전현진 작가가 창조한 인물들은 이렇게 조금씩 뒤틀려 있지만 묘하게 독특하고 매력있다. 영화는 군데군데 스토리상의 허점을 노출하지만 이런 인물들이 뒤엉켜 펼쳐내는 한바탕 소동만큼은 보는 재미가 있다. 아쉬운 것은 뮤지컬로서의 힘이 약하다는 것. 아무래도 출연자들이 뮤지컬 전문배우가 아니다 보니 춤과 노래로 뭔가를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만 참고 넘길 수 있다면 '구미호 가족'은 추석시즌 가족과 함께 보기에 충분히 유쾌한 영화다.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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