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도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도 중동지역의 도로는 마치 비행기 활주로처럼 잘 닦여져 있다. 지평선이 보이는 광활한 사막의 운송수단은 낙타에서 이제 자동차로 완전히 바뀌었다. 아랍인들은 모래밭을 헤칠 수 힘과 시속 200km 이상을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원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의 사막용 4,800cc 랜드크루저가 인기를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랍인의 자동차 선택은 크게 두 가지. 성능이 좋은 에어컨과 모래먼지에 저항력이 강한 차량 외부자재다. 기름값이 싸기 때문에 연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한국차는 바로 이 점을 공략하고 있다.
중동지역에서 아직 한국차는 일본 차의 그늘에서 그 빛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품질과 디자인 등에서 일본차와 경쟁을 할 수 있는 대열에 올라현지인들의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지난 해 11월까지 한국차의 중동지역 수출액은 중고차를 포함 총 10억 달러. 현대차는 중동지역에서 아반떼XD, 클릭 등을 중심으로 6만 여대의 차를 팔았다. 특히 쿠웨이트의 판매 증가율은 3배를 넘을 정도다. 기아차는 완성차 2만5,000대와 KD(Knock Downㆍ반제품조립생산)방식 14만대 등 모두 16만5,000대를 수출했다.
◇잠재력이 큰 시장 = 현대차는 중동지역의 잠재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3년 전 부터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잠재 고객을 키워나가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아랍인들에게 애프터서비스가 확실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자블알리 물류센터에 최소 5개월간의 부품 재고물량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바이 현대차 매장에서 만난 경찰관 알리 함마르씨는 “지난 4년간 쏘나타를 구입해 타 왔다”면서 “쏘나타는 그 전에 탄 일본의 닛산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실내공간이 커 가족여행에 적합한 차”라고 말했다. 그는 또 “주위 친지들에게 현대차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 중동시장에서 한국차들의 핵심 판매전략은 중대형 차량에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 현대차는 그 동안 판매비중이 높았던 아반떼XD, 클릭을 줄이고 쏘나타, 그랜저 등에 역량을 집중시킬 방침이다.
기아차도 올해 오피러스, 쎄라토 등 신제품의 성공적 런칭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중동지역에서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중고차는 거의 한국차 = 요르단 암만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는`프린스`, `레간자` 등 우리에게 낯익은 한국차를 종종 볼 수 있다. 한국산 중고차 3,000여대가 이 지역을 누비고 있기 때문.
중고차 판매의 대표주자는 대우인터내셔널이다. 지난해 6월 신사업 개발의 한 품목으로 중고차를 선정, 요르단과 이라크를 공략한 것. 미국의 대 이라크 종전선언 이후 이 지역 운송수단이 사실상 육로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급증했다. 여기에 환율절상으로 중고차 수출의 현지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점도 한몫 했다.
김갑수 대우인터내셔널 암만ㆍ바그다드 지사장은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프린스, 누비라, 레간자, 다마스, 라보 등의 인기가 현지에서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대당 판매가격도 평균 2,000달러 정도로 경쟁 제품보다 20~30% 높은 값을 받고 있다.
김 지사장은 “대우차가 현지에서 `에어컨이 훌륭하다`는 평을 많이 받은 것이 높은 가격을 받는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인기로 대우인터내셔널은 사업 6개월 만에 승용차 2,600대와 경상용 트럭 400여대 등 총 3,000여대, 600만달러 어치의 중고차를 요르단과 바그다드에 판매했다.
대우는 올 해 이 지역에서 5,000여대의 중고차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자동차 부품 판매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보고 부품 전담 판매팀도 꾸려놓았다.
KOTRA 바그다드 무역관에 따르면, 요르단과 이라크의 중고차 특수는 향후 2~3년 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단일품목으로 중고차는 `이라크 수출 1억 달러`도 가능하다”고 김규식 KOTRA 바그다드 무역관장은 내다봤다.
김 관장은 “이득만을 노린 불법 사양개조 및 속여팔기 등의 부정적인 요인을 잘 관리하면 중고차는 이 곳에서 장기간 효자 품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마단 기간중 소비 되레급증
아랍어로 `더운 달`을 의미하는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9월이다. 이슬람 성전 코란이 내려진 신성한 달인 라마단 기간 동안에 무슬림들은 새벽부터 해 질 때까지 단식을 해야만 한다. 이 기간 동안 대부분의 관공서와 회사들은 휴무에 들어가고 식당은 문을 닫는다. 담배도 피지 못하고, 부부생활까지도 금지 된다. 라마단 기간 중 금식은
▲하루 5번씩 드리는 예배
▲의무적 납세
▲성지순례 등과 함께 무슬림이 지켜야 할 4대 의무중의 하나다.
무슬림들은 라마단 기간 중에는 가난한 사람들과 주위 친지들에게 아낌없는 동정을 베푼다. 특히 라마단이 끝난 후 3일간은 `이들 피트르`라고 부르는 파티를 한다. 이 기간 중 무슬림들은 친지를 방문하고 선물을 주는 등 우리 명절과 거의 흡사하다. 여기에 최근 들어 오일 머니로 부자가 된 아랍인들은 라마단 기간 중 낮에는 먹지 못하는 대신, 밤에는 훨씬 더 비싸고 고급 스런 음식으로 배를 채우곤 한다.
때문에 라마단 기간의 아랍 국가들의 소비는 평소 때보다 거의 2배 이상 올라간다.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그 만큼 물가가 오르게 된다. 이 때 오른 가격이 그 다음 해 라마단 기간까지 지속된다.
현대차 오상규 부장은 “라마단 기간 중 자동차 판매는 그 전달보다 보통 2~3배 오르는 것은 기본”이라며 “해마다 라마단 수요를 겨냥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무슬림 최대의 종교 행사인 라마단은 중동지역 소비를 촉진시킬 뿐 아니라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되는 셈이다.
중동ㆍ阿지역 車부품 공급 "우리가 책임집니다"
■ 현대모비스 제블알리 부품물류센터
`중동ㆍ아프리카 지역의 물류는 우리가 책임진다.`
중동지역 최대의 물류센터 두바이 제블알리(Jebel Ali) 프리존. 이 곳은 소득세와 법인세가 없는 무관세 지역으로 100% 외국인 소유가 가능한 자유 무역지대다.
300만여평의 엄청난 대지위에 전 세계 2,600여개 기업들이 모여 중동ㆍ아프리카의 물류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곳이다.
제블 알리 프리존의 2만여 평에 둥지를 틀고 있는 한국 기업이 바로 자동차 부품업체 현대모비스다.
자동차를 타고 제블알리 프리존 정문에 들어서면 GM, 소니, 혼다, 미쓰비시 등 세계적 기업은 물론 삼성전자, LG전자 등 너무도 눈에 익은 기업 이름들이 나타난다. 10여분 정도 안으로 더 들어가면 아담한 3층 건물과 1만 여평의 창고를 가진 현대모비스가 보인다.
물류센터 안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인도인 근로자들이 3~4명씩 무리를 지어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정건영 이사, 이홍식 부장 등 국내에서 파견된 4명의 주재원과 70여명의 인도인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 부장은 인도인 근로자들을 고용할 때 자신이 직접 인도로 가서 사람을 뽑아왔다고 귀띔했다. 이들의 80%가 대학을 졸업했고, 특히 영어에 유창해 일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정 이사는 “이 곳에서 운용되고 있는 혼다, 미쓰비시 등의 물류센터가 운행차량 기준으로 30~50만대 규모로 설립 된데 비해 현대모비스는 약 70만대의 규모”라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의 물류센터는 중동 아프리카 지역 기아차 판매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그 동안 현대, 기아차의 부품 공급이 지연으로 애프터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 없어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는 경우가 간혹 있었기 때문이다.
정 이사는 “3일이면 중동은 물론 아프리카까지 부품을 공급할 수 있다”면서 “최소 5~6개월의 재고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 공장의 파업 등의 영향으로 부품공급이 늦어져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현대모비스의 물류센터 앞에는 8,000여평의 나대지가 남아있다. 앞으로 중동ㆍ 아프리카 시장의 수요가 더 커질 것이라고 판단해 현대모비스가 인수 해 놓은 것이다. 현대모비스의 장기 경영전략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두바이(UAE)=강창현기자, 암만(요르단)=한동수기자 chk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