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허언으로 끝난 금융수장의 공언


주식시장의 잔인한 10월이 지나갔다. 코스피지수는 10월의 시작과 동시에 2,000선 밖으로 밀려나며 힘겨운 박스권 싸움을 벌였다. 장중 한때 8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900선 아래로 주저앉기도 했다. 투자자들에게는 혹한기 이상의 추위가 불어닥친 가을이었다.


이러한 사태를 어느 정도 예측한 금융당국은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손을 쓸 계획이 있었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을 관계 기관과 협의 중"이라며 "10월 중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집권여당의 지도부가 한데 모인 자리였던 만큼 발언의 무게감도 남달랐다. 더군다나 해당 내용은 신 위원장이 회의내용을 취재진에 공개하기로 한 뒤 언급한 부분이었다.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에 자신감이 있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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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위원장의 공언(公言)과 달리 금융위는 10월 중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는 데 실패했다. 결국 그가 자신 있게 내뱉은 말은 불과 한 달 만에 허언(虛言)으로 바뀌었다. 증권거래세 감면 등 감세 관련 조치가 가장 실효성 있는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검토됐지만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당국이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의 뜻을 표명한 탓이다. 차선책으로 언급됐던 연기금·우정사업본부에 대한 차익거래 과세 폐지방안도 기재부에 의해 가로막혔다.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에서 성과물부터 강조하려 했던 신 위원장의 자충수나 다름없다.

더 큰 문제는 금융위가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과 관련해 한 달 내내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 있다. 금융위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주식시장 활성화 관련 대책을 발표해야 하지만 주식 상·하한가 폭 확대, 호가단위 변경, 대체거래소(ATS) 활성화 등 기존에 언급됐던 조치 외에는 마련한 내용이 없다. 발표 시기조차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신 위원장을 비롯한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11월 들어서도 코스피지수는 이틀 연속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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