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영수회담, 미국과 한국의 차이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수장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존 베이너 미 하원 의장이 18일 4시간가량 골프 회동을 했다. 두 사람은 현재 미국의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국가부채 한도를 증액하느냐를 두고 기싸움이 치열하다. 하지만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베이너 의장을 직접 골프 카트에 태우고 운전하기도 하고 여러 방식으로 화합하려는 모습을 연출했다. 상대방의 의견을 들으려는 제스처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그는 평소 골프 라운딩을 비공개로 했는데 이례적으로 언론에 잠시나마 공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곧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 사이 영수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도 미국처럼 소통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지는 모두 고개를 갸우뚱한다. "진짜 아무 것도 아닌 게 되는 거지. 저쪽(한나라당)은 또 전당대회가 있지 않은가." 영수회담을 29일에 하자는 청와대 측의 제안을 듣고 6월 국회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한 기자의 말에 대한 민주당 핵심 당직자의 답이다. 29일은 6월 임시국회 마감까지 불과 하루 남긴 날짜다. 회담장에서 주목할 만한 합의를 내놔도 이를 실행할 실질적 시간이 없다. 영수회담 전에 여러 현안들을 매듭 짓고 두 사람이 만난다면 회담장에서 다룰 만한 얘기가 없다. 식사만 하고 끝내기에는 3년만의 영수회담 자리가 아깝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영수회담을 통해 야당의 주장을 확실히 경청하겠다는 기대를 떨어뜨리게 하는 순간이다. 만나서 조금이라도 대화의 접점을 찾으려고 했다면 6월 국회 회기를 하루 남긴 29일은 너무 시일이 촉박하다. 어차피 영수회담 한 번으로 일거에 모든 현안 문제들이 해결될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애초에 없다. 여야 간 어지간해서는 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을 뚫어내기 위한 돌파구의 성격이 크다. 영수회담이 이야기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진전은 없고 국민들은 미국에서 벌어진 '골프 영수회담'의 풍경이 우리나라에서도 과연 가능할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골프 회동과 격식을 갖춘 회담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음을 감안해도 청와대의 언행은 회담 분위기를 이미 상당 부분 저해한 감이 든다. 모든 협상은 강자의 위치에 있는 쪽에서 많이 양보할 때 성공할 수 있다. 영수회담이라고 예외는 없다. 강자인 이 대통령이 이번엔 양보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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