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 사회공헌은 선택 아닌 필수"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 필립 코틀러ㆍ낸시 리 지음 리더스북 펴냄<br>'책임' 다하지 않으면 생존 조차 어려워져<br>단순 자선아닌 전략적차원 계획·실행 필요



얼마 전 삼성이 사회봉사단에 사장직을 신설했다. 국내 기업 역사상 사회 공헌을 전담하는 최고경영자를 임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 국민은행도 빈곤층 어린이를 돕는 위스타트(We Start)운동에 참여하면서 5억원을 내놓았으며 강정원 행장은 사회공헌 활동 참여를 업무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선언했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2008년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국제 표준을 제정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지난해 6월 정부와 기업, 노동, 시민 사회 등 각 분야 120개 기관이 참여하는 ‘사회적 책임 표준화 포럼’이 발족됐다. 앞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기업들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고 국제 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아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제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은 ‘하면 좋은 일’ 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됐다. 세계적인 기업 컨설턴트이자 마케팅 분야 대부라고 불리는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켈로그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기업 시장의 새로운 ‘게임의 룰’로 떠오른 사회책임경영에 대해 진지한 충고를 던지고 있다. 필립 교수는 앞으로 사회책임경영을 올바로 수행하지 않는 기업은 더 이상 성장하는 것은 물론 생존하는 것 조차 어렵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반대로 사회책임경영에 선두주자로 나선 기업들은 소비자들로부터 호의적인 평판을 받으면서 동시에 비용 절감 효과를 통해 실직적으로 큰 이득을 얻어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화장품 회사인 바디샵을 보자. 바디샵은 동물실험반대 공익 캠페인으로 유명해진 덕분에 따로 광고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좋은 기업 이미지를 유지하고 비용 지출 면에서 큰 이득을 보고 있다. 1994년 브리티시항공은 탑승객들로부터 외국 화폐를 수거해 유엔아동기금(UNICEFㆍ유니세프)에 지원하는 사회참여 사업을 시작했다. ‘사랑의 동전 모으기(Change For Good)’라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브리티시항공은 매년 수천만 달러를 유니세프에 전달할 수 있었으며 동시에 사회공헌 활동 분야에 앞장서는 기업이라는 홍보 효과까지도 누릴 수 있었다. GE의 옐로스톤 밤하늘 복원 사업은 심지어 자신의 상품 수요를 떨어뜨릴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이 장기적으로 기업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2002년 GE재단은 공기 오염과 밝은 조명으로 인해 유적지 밤하늘의 별빛이 흐려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옐로스톤공원재단과 협력해 ‘별이 빛나는 밤하늘’ 복원 사업에 나섰다. 언뜻 보면 전구 제조업체가 조명의 밝기 수준을 낮추는 일에 뛰어들어 자신을 목을 죄는 현상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GE는 이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 브랜드 호감도를 높였고 GE 제품을 옐로스톤공원에 설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필립 코틀러는 기업의 사회공헌의 효과에 대한 사례만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사회에 대한 선행과 기업을 위한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사냥법을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공헌 활동이 단순 자선활동에 그치지 않으려면 전략적 차원에서 정교하게 기획되고 실행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2~3가지 사회 문제를 선택해서 집중하라 ▦기업의 핵심 가치 및 사명과 연관된 사회 문제를 선택하라 ▦장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사회 문제를 선택하라 ▦지역 사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체와 협력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참여 유형을 선택하라 ▦기업이 지원하는 사회 문제의 현황을 모니터하라 등 그가 제시한 25가지의 실천 과제는 현재 사회공헌활동을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실제적인 가르침으로 사용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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