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주택경기 위축시키는 재건축 억제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노후아파트 재건축사업들이 지연되거나 표류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택공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더구나 서울의 경우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후 정비구역 지정이 보류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어 가뜩이나 부진한 재건축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최근 개포동 시영아파트와 주공 2ㆍ4단지의 정비구역 지정을 보류한 것을 비롯해 강남구가 마련한 대치동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 공람이 주민들의 반대로 지연되고 있는 등 강남 지역의 재건축사업에 잇달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아울러 서울 25개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뉴타운사업도 박 시장의 공약에 따라 사실상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지난주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1.02% 하락세를 보여 주간 하락률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시가 강남권 재건축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은 임대주택을 확대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박 시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조합원의 이익 극대화가 목적인 기존 재건축사업은 주택의 공공성과 상치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건축에 참여하고 있는 기존 주택 소유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합원들은 '서울시가 하라는 대로 했는데 이제 와서 또 무슨 소리냐'며 항의하고 있다. 노후아파트에서 불편을 감수하며 장기간 거주해온 주민들로서는 투자가치 하락에 따른 재산상의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주택정책 변화가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재건축을 추진해온 주택 소유자들에게 재산상 피해를 입히는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 아울러 새로운 주택정책은 장기화되고 있는 주택경기 침체를 막는 것은 물론 주택공급 확대의 중요성도 충분히 고려하는 방향에서 마련될 필요가 있다. 주택시장의 침체와 가격하락이 지속될 경우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 가능성도 높아져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서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전세난도 기본적으로 공급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투기는 막되 주택경기 활성화 및 공급확대에 주택정책의 최우선을 둬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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