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증시 실적쇼크에 국내도 ‘흔들’ 당분간 기간조정 가능성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미 증시가 크게 떨어지고 사상 최고치에 이른 매수차익거래 부담으로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면서 780선까지 치고 올라갔던 종합주가지수가 25포인트나 빠지면 750선으로 밀렸다. 외국인이 매수세를 이어가고 개인은 오랜만에 순매수로 전환했지만 프로그램 매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프로그램 매물 부담 외에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가 동반하락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어 당분간 조정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외국인 매수세가 유지되고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이 지수 버팀목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돼 큰 폭의 하락보다는 기간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증시 체력 약화 속 미 증시 급락 직격탄=이날 하락세는 미 증시 급락에서 촉발됐다. 아마존 등 미국 주요 기업의 3ㆍ4분기 실적이 부풀었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일 미국 증시가 크게 하락하자 장 초반부터 약세를 보인 뒤 갈수록 낙폭을 키웠다. 개인들은 지수 조정을 틈타 현물시장에서는 오랜만에 매수로 전환했지만 선물시장에서 투기적인 선물 매도 공세를 펴면서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지게 했다. 전문가들은 미 증시의 영향을 받아 국내 증시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증시 체력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 부장은 “외국인 수급에만 의지한 빈약한 체력 때문에 국내 증시가 프로그램 매매나 해외 증시 급락 여파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관 등 국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가담하지 않아 프로그램 매매나 외국인의 소규모 매매 변화에도 시장이 크게 휘둘린다는 진단이다. ◇대규모의 프로그램 매도가 급락의 주 원인=전일 미 증시 급락과 함께 장중에 나스닥 선물이 두자리 수 넘게 떨어지자 개인 투자자들이 선물을 내다팔면서 프로그램 매물을 야기시켰다. 프로그램 매물은 특히 시간이 갈수록 더욱 늘어나면서 이날 2,650억원어치나 쏟아지면서 시장 분위기를 냉각시켰다. 양은정 동원증권 연구원은 “선물 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대량 매도에 나선 것은 투기적인 목적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단 선물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5일선 밑으로 떨어져 선물 약세와 함께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더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프로그램 매물중 차익거래 매도물량이 3,150여억원에 달했지만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여전히 1조원을 웃돌고 있어 추가 매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와 관련, 지승훈 대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 반등 여부에 따라 프로그램 추가 매도물량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증시가 반등에 성공할 경우 투자 심리가 안정을 되찾아 프로그램 매도 물량도 줄어들 것이란 진단이다. ◇740선이 1차 지지선으로 작용할 듯=증권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 하락 여파에 따른 아시아 증시의 동반 하락에도 불구하고 상승추세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이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과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지수의 추가 하락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용찬 대신증권 수석 연구원은 “기관의 매수 여력이 부족해 수급상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세계 증시의 상승 흐름이 꺾였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지수 1차 지지선으로 20일선이 위치한 740포인트를 지목했다. 강현철 LG증권 연구원도 “시장 에너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국인 자금이 여전히 아시아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최소한 지수가 하방경직성을 유지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사장은 “달러화 약세추세로 인해 미국 투자기관은 현지 자산 비중을 높이기 보다 해외 자산 비중을 늘리려는 경향이 강해 당분간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 매수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을 대체할 세력이 없어 외국인이 1조원 규모만 팔아도 국내 주식시장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인 높다”고 지적했다. <홍병문기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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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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