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0일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에서 중립으로 전환, 중장기 금리정책 방향은 최근 5년 사이에 5차례나 바뀌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비해 2배가량 많은 것으로 우리 통화정책의 손바뀜이 매우 심함을 발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잦은 전환이 경기부침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그동안의 정책이 시장 상황의 변화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등 ‘적시의 전환’ 원칙과 괴리가 있었다는 점에서 정책의 신뢰성에 의문을 품기도 한다. 서울경제가 지난 2001년 이후 최근 5년 동안의 콜금리 정책 흐름을 파악한 결과 올 8월의 기조 전환까지 모두 5차례의 변환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콜금리 정책이 처음 바뀐 것은 2001년 2월. 금융통화위원회는 당시 정부의 전방위적인 인위적 경기부양에 편승하면서 5.25%였던 금리를 5%로 낮췄고 곧 이어 7월에는 4.75%로 내리는 등 1년도 채 안되는 시간에 1%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두번째 변환시기는 2002년 5월. 금통위는 당시 경기가 과열기미를 보이자 1년3개월 동안의 인하기조를 잠시 접으면서 0.25%포인트 올렸다. 이른바 ‘소긴축기’. 같은 기간 미국은 지속적인 금리인하로 2001년 초 5.25%였던 연방 기준금리를 1%까지 낮췄다. 이에 따라 한미간의 정책금리 차이가 3%포인트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한은이 금리인하 행진을 다시 벌인 것은 2003년 5월. 3번째 기조 변화였다. 4.25%였던 콜금리가 2004년 11월 3.25%까지 낮아졌고 이는 지난해 10월까지 무려 2년5개월 동안의 초저금리 상황이 연출됐다. 정부가 10ㆍ29 대책과 8ㆍ31 대책 등 잇따른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는 와중에도 한은은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는 우를 범했던 셈이다. 특히 2004년 11월10일에는 박승 전 총재가 부동산시장 등을 감안해 동결을 강하게 요구했음에도 금통위원들이 표대결로 0.25%포인트 추가 인하하면서 ‘생뚱한 금통위’라는 오명을 들었다. 통화정책은 초저금리 행진 끝에 지난해 10월 4번째 정책 전환이자 외환위기 이후 명실상부 처음으로 긴축기조로 돌아섰다. 10월에 3.25%였던 금리를 3.5%로 올린 데 이어 12월과 올 2월, 이어 지난 6월, 그리고 8월까지 모두 5차례나 콜금리를 올렸다. 특히 이성태 총재가 부임한 후 불과 넉달 만에 2차례나 금리를 올리는 등 ‘매파 총재’로서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이 총재는 취임 이후 여당과 정부의 줄기찬 동결압력에도 불구하고 물가앙등과 저금리의 폐해를 이유로 ‘중립금리’를 향해 줄달음쳤다. 그리고 긴축정책 10개월 만에 “이제 중립 수준에 다다랐다”며 5번째 정책기조를 전환했다. 외국계 은행의 한 임원은 “한은이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경기하강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금리를 올림으로써 또다시 전례의 뒷북정책을 펼친 것이 아닌지 우려가 깃든다”며 “중립으로의 정책 전환을 공식화한 것이 인상에 따른 부담을 희석시키기 위한 전략인 것 같지만 짧은 기간 동안 이처럼 정책 전환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촌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