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에너지 비만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여름 전력예비율이 넉넉하지 못한 상황인데도 출입문을 활짝 열어놓고 에어컨을 켠 채 영업을 하는 상점들이 적지 않다. 이러다가는 지난해 9월 발생한 '대정전 사태'가 재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에너지 비만증의 주범은 전력 과소비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 2005~2010년 전력소비 증가율은 30.6%로 미국의 1.7%에 비해 18배나 높을 정도로 심각하다.
'에너지 다이어트'는 이제 우리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과제이다. 경제성장률을 넘어선 전력소비 증가율로는 경제의 지속성장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대규모 정전사태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감당하기 힘든 재난이기 때문이다.
산업계가 먼저 에너지 군살빼기에 나섰다. 삼성그룹은 이달부터 오는 9월까지 석달간 그룹 차원의 절전 캠페인을 통해 생산현장은 5%, 사무실은 10% 전기사용을 줄이기로 했다. LG전자 창원공장은 9월까지 매주 수요일을 '에너지 절약의 날'로 정했으며 포스코는 자가발전 비율을 현재 70%에서 8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전력 피크시간대 전력사용량을 줄이고 에너지 고효율 설비를 도입하는 등 에너지 절약 실천에 동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력 피크시간대 요금 차등화 등 절전을 위한 제도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김재철 숭실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올 여름 전력난 해소를 위해 기업은 휴일근무 등 근무형태 조정과 에너지 고효율설비 도입에 적극 나서고 상인들은 과도한 영업점 냉방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전기요금 현실화와 함께 국민들이 에너지 절약 습관을 갖도록 하는 정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력요금을 시간대별로 차등화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정부도 에너지 다이어트 실천에 나섰다. 특히 지식경제부는 최근 에너지 절감을 위한 구호 '아~싸, 가자!'를 앞세워 대국민 절전홍보를 벌이고 있다. '아싸가자'는 홍석우 지경부 장관이 직접 만든 조어로 '아'는 아끼자 오후2~5시 전기, '싸'는 싸(사)랑한다 26도(여름철 실내 적정온도), '가'는 가볍다 휘들옷(휘몰아치는 들판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 같은 간편복장), '자'는 자 뽑아라 플러그(대기전력을 줄이자) 등 절전을 위한 4대 실천요령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