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재무구조개선약정 제도 시급한 보완을

현대그룹이 제기한 채권단의 신규여신중단 등 공동제재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임에 따라 현대건설 인수전, 더 나아가 기업구조조정작업 추진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지난 17일‘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기타 채권은행들이 공동으로 가한 금융제재는 근거규정을 찾을 수 없는 과도한 규제’라며 현대의 손을 들어줬다. 채권단은 은행감독업무시행세칙의‘주채권은행이 채권단의 간사로서 협의회를 운영한다’는 규정을 공동제재의 근거로 내세웠으나 재판부는 그 규정이 공동제재의 강제나 허용을 명시적으로 정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금융제재의 걸림돌에서 벗어나 현대건설 인수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법원 결정으로 재무구조약정 제도의 손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금융감독당국 등은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공동제재라며 따라서 개별적 약정체결이나 시행세칙에 근거를 보완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원결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제도자체의 효력을 부정한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은행업 감독규정 등은 금융기관이 기업의 재무구조개선을 유도하도록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할 수 있게 하지만 경영이 악화됐을 때 어떤 식으로 이를 극복할지는 원칙적으로 기업이 자유롭게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기업이 채권은행의 개별적 재무구조개선 약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렇게 되면 제도는 유명무실해지고 대기업그룹의 구조조정작업은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재무구조개선약정제도는 재무상태를 점검해 문제기업과는 약정을 맺고 사전에 구조조정을 추진함으로써 기업의 부실확대를 막는 것으로 해당기업의 체질개선, 더 나아가 국가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금융감독당국과 채권은행들이 법원 결정의 의미를 축소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제도자체의 효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만큼 심도 있는 법률적 검토를 통해 관련규정의 시급한 보완 정비가 필요하다. 논란의 여지를 없애 구조조정작업 추진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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