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9월 1일] 北-中 밀월 뒤집어보기

최근 중국을 깜짝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전례 없이 끈끈한 유대관계를 과시했다. 후 주석이 통상의 외교 관례를 깨고 수도 베이징이 아닌 지린성 성도 창춘으로 직접 영접을 가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양국 정상이 같은 호텔에서 하룻밤을 같이 묵는 등 파격의 연속이었다.

양 정상은 회담에서 북중 친선의 바통을 후대들에게 잘 넘겨주자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으로 북중의 혈맹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면서 천안함 사태로 조성된 한미 대 북중 간의 대립 구도가 더욱 공고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과 중국 관계는 과연 정상회담 액면 그대로 현재 건강하며 앞으로 지속 발전할 수 있을까. 북한을 세운 고 김일성 전 주석은 중국 국공내전 당시 게릴라 활동으로 당시 마오쩌둥 군대를 지원했고 중국을 건립한 마오쩌둥 전 주석은 한국전쟁의 중국판 이름인 원조항미(援朝抗美)전쟁에 나서 오늘의 북한이 존재하게 했으니 과거만 놓고 본다면 이보다 더 애틋한 관계는 없다.


하지만 현 주소는 어떤가. 중국의 눈에 북한은 경제 개혁ㆍ개방을 미루며 경제는 날로 피폐해가는 반면 핵개발의 끈을 놓지 않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돼가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존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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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방중시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이후 북중 우의의 상징으로 양국 정상이 같이하기로 했던 가극 홍루몽 관람을 돌연 취소하고 총총히 베이징을 떠났다. 김 위원장이 대규모 경제지원을 요청했지만 중국측이 북한의 경제개방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며 난색을 표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5월 삐걱댔던 관계를 봉합하고 천안함 사태 이후 가중되는 대북제재, 미국의 남중국해 패권 개입 등으로 경제ㆍ안보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공조의 절박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다시 한번 과거의 혈맹을 부여잡은 것은 아닐까.

세계 10위권 안팎의 경제대국 한국은 오는 11월 서울에서 세계 정치경제 질서를 조각하는 주요20개국(G20) 의장국 역할을 맡았다. 또 중국과 수교를 맺은 1992년 63억달러이던 양국 교역액은 2009년 1,409억달러로 22배 이상 늘어났다. 이 같은 경제관계의 압도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북한ㆍ중국과 대립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 외교 역량이 더욱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의 단선적이고 미숙한 외교 덕택에 남북한 대결 국면이 조장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재개가 불투명해지며 통일의 길이 멀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구한말 친미ㆍ친러ㆍ친일 등의 단순 계파로 쪼개져 싸우다 나라가 망했다"며 "단선 외교에서 벗어나 복합적이고 전략적인 외교 정책을 통해 한반도를 평화 분위기로 가져가야 한다"는 외교 전문가의 말을 곱씹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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