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수요를 판별하는 통화스와프(CRS)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는 등 외화자금시장인 스와프시장이 극도의 혼란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시중에 달러에 비해 원화가 풍부하게 풀린데다 외국인마저 채권을 마구 팔아치우면서 달러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외국인의 채권 매도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스와프시장의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통화스와프시장에서 1년물 CRS 금리는 -0.20%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3.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전일에는 0.15%로 간신히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원화와 달러를 교환할 때 적용하는 CRS 금리가 마이너스로 거래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CRS 금리는 달러를 빌리고 원화를 빌려줄 때 받는 원화 고정금리로 CRS 금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원화 이자를 덜 받더라도 달러를 조달하겠다는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즉 이 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국내 은행권이 담보로 제공한 원화에 대해 이자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달러 이자에다 추가로 이자를 더 주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현재 스와프시장에 달러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CRS 금리는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4%대 안팎이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줄곧 하락한 뒤 급기야 지난달 31일에는 제로 금리까지 내려왔다. 이 같은 달러 부족 현상은 3개월물 이내의 단기외화시장인 외환스와프시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이날 외환스와프시장에서 스와프포인트(현물환율과 선물환율 간의 차)는 1개월물의 경우 –7원75전으로 전일보다 1원 하락했다. 3개월물은 -16원으로 50전 떨어졌다. 스와프포인트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원화 대비 달러화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이날 실시한 한국은행의 스와프 경쟁입찰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은은 이날 오전 3개월물 20억달러 스와프 경쟁입찰을 실시한 결과 전액 낙찰됐다고 밝혔다. 응찰액은 35억5,000만달러로 입찰액을 크게 웃돌았다. 기존의 두 차례 경쟁입찰에서는 낙찰액이 입찰액에 크게 못 미쳤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은행권에 원화가 풍부하게 풀리면서 달러 수요가 확대돼 스와프 입찰이 전액 낙찰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외국인의 채권 매도세가 스와프시장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외국인은 현물채권을 무차별적으로 팔아치우고 있다. 지난 9월 7조2,000억원의 만기도래 채권 중 2조6,000억원을 재투자하지 않았으며 지난달에는 무려 6조원 규모의 채권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은 통상 스와프시장에서 달러를 빌려주고 원화를 빌려 채권에 투자하는 재정거래를 이용하는데 최근 본국의 자금사정이 급박해지면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외국인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면서 스와프시장이 급격한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분석이다. 최근 금리가 하락하면서 외국인의 평가손이 커지고 있는 점도 채권매도세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한은 관계자는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유럽계 은행의 본점 사정이 워낙 다급해 유동성 확보 노력은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스와프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외국인 보유 채권은 약 43조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