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26일 정부와 한나라당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방침에 협조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이 전날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미디어 관련 법안을 직권으로 기습 상정한 데 따른 것이다. 정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추경 편성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언론악법의 날치기 시도를 사과하고 원점으로 돌린다는 약속이 이뤄지고 신뢰회복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어떤 국회 일정에도 협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실제로 추경편성에 협조하지 않으면 당정이 경제회복을 위해 '충분하고 신속ㆍ과감한' 조치로서 30조원을 웃도는 '슈퍼 추경론'까지 거론하며 검토해온 대규모 추경 로드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민주당이 비록 현재 원내 전체 재석의원 295석 가운데 82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정운영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당초 이르면 이번주 말을 시작으로 당정협의를 거쳐 오는 3월 말까지 추경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한 뒤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하는 일정을 세웠다. 또 민생법안과 쟁점법안 처리가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이뤄지지 않고 4월 임시국회까지 미뤄져 국회 파행이 장기화할 경우 당정의 추경안 편성 시기ㆍ규모 및 처리일정 등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추경 예산의 상반기 집행도 장담할 수 없다. 경제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지기 전에 선제적인 재정지출 확대정책을 펴겠다는 당정의 계획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특히 당정의 '슈퍼 추경편성' 추진과 관련, 한나라당의 경제위기 극복론과 민주당 등 야당의 재정안정성 훼손론 사이에서 여론이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추경 편성이 상당한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미디어 법안 등 쟁점법안 대다수가 소관 상임위에 상정된 뒤 한나라당에서 2월 국회 회기 내 강행 처리론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도 당 지도부가 이날 신중한 자세를 보인 것은 이 같은 추경 편성의 차질을 우려한 측면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미디어법안과 관련, 박희태 당 대표는 "상정은 대화를 위한 절차", 홍준표 원내대표는 "야당과 협의처리 용의" 등의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