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처음에는 조그만한 소기업에서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대기업이 아니라 소기업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서울 지역 소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지난달 말 출범한 사단법인 서울기업경제인협회의 백문현(사진) 초대 회장은 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백 회장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ㆍ중소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들은 많지만 소기업들을 위한 단체는 없다"며 "중견기업에도, 중소기업에도 끼지 못하는 소기업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는 절박함에 서기협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기협의 전신은 5년 전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을 받은 소기업들로 구성된 '서울기업교류협의회'다. 당시에는 250개사가 회원으로 참여했지만 최근 출범한 서기협은 이보다 5배가 많은 1,200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교류협의회는 지금까지 명맥만 유지돼왔는데 백 회장을 포함해 몇몇 뜻을 같이 하는 소기업 대표들이 모여 "소기업에서도 다시 한번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탄생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보자"며 의기투합해 서기협이 만들었다.
백 회장은 소방설비 등을 구축하는 기계설비를 만드는 원진엔지니어링 대표로 30년간 업을 이어왔다. 서울신용보증재단과의 인연은 14년 전 사무실 구입을 위한 자금을 지원 받으면서 시작돼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기협 회원사들은 제조업이나 정보기술(IT) 등 업종은 다양하지만 자영업 형태는 아니고 대부분 최소한 몇명의 직원들을 거느리고 있는 말 그대로 소기업(법인)이다.
백 회장은 "소기업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그늘에 묻혀 소외돼 있고 사회적인 관심도 덜하다"며 "그러나 현재 회원 1,200개 중에서도 삼성전자가 나오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며 의욕을 보였다.
그는 "대기업이 잘 된다고 해서 고용이 확 늘어나는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그 역할을 소기업들이 주로 해야 한다"며 "국가 차원에서 소기업을 잘 키워 제2ㆍ제3의 삼성전자를 만드는 것이 전체 국민들이 잘 살게 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백 회장은 신생 조직을 맡은 소감을 묻자 "서기협 조직을 강화하는 것을 임기 중 우선 목표로 정했다"며 "생업에 바쁜 회원사들을 적극 설득해 참여도를 높이고 회원사들의 역량을 강화할 아카데미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 회장은 '바이크버스'론을 강조했다. 바이크버스는 출퇴근길이 비슷한 10여명 이상이 모여 함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을 말하는데 백 회장은 "자전거를 타고 한명이 도로를 가다 보면 버스들이 밀어붙여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발행하지만 바이크버스처럼 여러 명이 떼를 지어 다니면 이런 일이 없어 안전하게 출퇴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기업들도 바이크버스처럼 100개, 1,000개 기업이 한데 뭉쳐 목소리를 내면 정책에도 잘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