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우리도 IT 개발자 '축제' 만들자

3일(현지시간) 오전7시. 로스앤젤레스 컨벤션 센터 행사장 앞은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수천평방미터에 이르는 행사장 가운데서 특히 인기가 높은 장소는 콘센트가 설치된 벽면이다. 일찌감치 콘센트 주변에 자리잡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바닥에 주저 앉아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이날 전세계에서 모여든 웹 디자이너 및 개발자는 모두 5,000여명. 이들은 모두 케빈 린치 어도비 최고기술책임자(CTO)의 기조연설을 듣기 위해 모여들었다. 이 같은 광경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빈번히 목격된다. 샌프란시스코는 각종 컨벤션 센터가 밀집해 있어 연간 수차례의 개발자 콘퍼런스가 열리는 장소다. 애플ㆍ구글ㆍ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은 해마다 전세계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한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특히 인기가 높은 애플의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가 열릴 때면 행사장은 개막 전부터 개발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들 기업의 개발자 회의에는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스타 CEO의 기조연설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되는가 하면 각종 언론 매체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관련 사진과 글이 실시간으로 게재된다. 물론 개발자 회의는 최고의 기업 홍보의 수단이기도 하다. 신제품을 소개하거나 실험실 차원에서 이뤄지던 기술을 시연하면서 자연스럽게 회사의 기술력과 제품군을 홍보할 수 있다. 하지만 개발자 회의는 전세계 IT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하나의 '축제'다. 스타 CEO가 등장하는 기조연설에는 수억개의 화소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디지털 영상 쇼가 청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수백개에 이르는 소규모 세션들은 개발자들에게 고급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 어도비 행사장에서 만난 호주의 웹 디자이너는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이곳 LA까지 왔다"며 "기술 콘퍼런스는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일에 종사하는 외국인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NHNㆍ다음ㆍ삼성 등의 기업이 개발자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관심을 끌지 못하는 만큼 언젠가 이들 기업의 행사장에도 전세계 개발자들의 앞다퉈 몰려드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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