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법조계 스포트라이트] '성폭력 전담' 서울고법 형사10부 조경란 부장판사

"성범죄 무조건 중형보다는 치료감호시설 확충 더 시급"

조경란 부장판사

"처벌만이 능사는 아닌데, 아쉽죠." 지난 9월 개봉한 영화 '도가니'가 몰고 온 사회적 파장은 상상을 초월했다. 영화 속 장애 아동 성폭행 장면은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도가니 파장의 한 가운데 있었던 곳은 다름 아닌 법원이었다. 서울고법 형사10부의 조경란(51ㆍ사진ㆍ사법연수원 14기) 부장판사는 당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킨 도가니 사건과 관련해 '성범죄 재판이 국민의 일반적 인식과 너무 차이 나는 것은 아니었나'라며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법원 내부 커뮤니티인 코트넷에 올라온 조 부장의 글은 지난 11월 전국의 성폭력 전담 재판부 재판장 79명이 한 자리에 모이는 계기가 됐다. '성범죄의 양형과 피해자 증인의 보호'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에 참가한 부장판사들은 실무적인 선에서 고민하는 부분을 활발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장판사는 성범죄에 대한 무조건적 엄벌은 근원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치료 감호소 시설은 매우 부족한 상태"라며 "성범죄를 저지르는 근원적인 요인을 찾아내 치료하는 것이 형을 무조건 높여 부르는 것 보다 효과적이지만 사실 이 방법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조 부장판사는 "만약 성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정신적 요인 등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채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해버린다면 출소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치료감호 내용과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범죄 성향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조 부장은 "노력하면 달라질 거라고 본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교정당국은 물론, 우리 사회도 성범죄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언급도 덧붙였다. 그는 현재 서울과 경기도 지역의 항소심을 맡아 판결하는 서울고등법원의 성폭력 전담 재판부인 형사 10부의 수장이다. 서울고법에는 이 재판부 외에도 3개의 성폭력 전담 재판부가 더 있다. 서울고법 형사10부는 최근 정신지체 장애를 지닌 10대 여자 청소년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은 30대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지능지수가 낮은 피해자가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확실한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던 1심을 뒤집은 것이다. 보석으로 풀려났던 유회원(61) 론스타코리아 대표를 다시 법정 구속한 이도 조 부장이다. 지난 10월 유 대표는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에 벌금 42억 9,5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을 받은 외환은행과 론스타코리아의 페이퍼컴퍼니인 LSFKEB는 각 벌금 250억원을 선고 받았다. 론스타는 이 판결에 승복했으며 8년 가까이 끌어온 법정 다툼이 실질적으로 매듭지어졌다. 조 부장은 현재 법원에 몸담고 있는 여성 법관 가운데 고등법원 부장급 직책을 맡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전 대법관)의 뒤를 이을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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