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또다시 정면 충돌했다. 금리인상 문제에 이어 이번에는 한국은행법 개정 문제까지, 말 그대로 '마주선 기관차'를 연상케 한다.
윤 장관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은법 개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상황에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년 중 금융 시스템 보완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은법 개정 문제를 추진하는 게 낫다"고 정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국제논의가 정돈되고 금융위기 상황이 극복된 후 충분한 연구검토와 관계기관 간 논의를 거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윤 장관은 '소모전' '자원낭비'라는 직설적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다.
이 총재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1년여 이상 논의한 만큼 현실적으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부분은 이번에 처리하고 남겨진 과제는 다음에 논의하자"면서 임기 안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국민경제자문회의 태스크포스(TF)가 정부에 제출한 안과 한은의 의견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불편한 심경도 드러냈다.
이 총재는 "감독당국이 아니라고 해서 감독당국을 뒤따라갈 수밖에 없는 형태로는 중앙은행이 금융권 유동성 지원 등 위기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면서 "이 문제는 은행감독 기능이 중앙은행에서 분리되는 순간부터 생긴 문제였지만 그동안 노출되지 않다가 이번 금융위기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과 이 총재는 지난 15일 체결한 '정보공유 및 공동검사 양해각서(MOU)'에 대한 시각차도 드러냈다. 윤 장관은 "현재 한은법 개정 없이도 공조를 잘해 대처하고 있다"며 MOU 체결이 한은법 개정안을 대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MOU에 대해 "이미 만들어져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정보를 얻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새로운 정보를 얻는 데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구두 위로 발을 긁는 것과 직접 긁는 것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금리인상건에 대해서도 상당한 견해차를 보였다. 이 총재는 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의 금융완화 강도는 상당히 강한 상태로 경우에 따라 기준금리가 상승하더라도 금융완화 상태라고 판단할 수 있다"며 "부동산 등 저금리의 부작용이 생기면 통화정책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고 금리인상을 강력히 시사했다. 또 "(통화정책의) 실제 판단과 집행은 우리 몫이고 국제공조도 어떤 시점에서 가장 적절한 정책을 내놓는 것은 정책 당국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윤 장관은 14일 국회에서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금리를 올릴 단계가 절대 아니다"라며 더욱 강력한 톤으로 연내 금리인상을 반대했다. 특히 이 총재의 "통화정책은 우리 몫"이라는 발언을 의식해서인지 "출구전략 타이밍은 국제공조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모든 나라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만 단독으로 금리인상에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