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 자금순환동향개인대출 70조 94% 급증… 정부채무도 13조 웃돌아
지난해 소비 등 내수가 주로 국내 경제를 지탱함에 따라 개인과 정부의 채무가 크게 늘었다. 반면 기업은 경기부진으로 외부로부터의 차입을 크게 줄였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개인의 차입규모는 1년 사이에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1년 자금순환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부문에서 조달한 자금은 무려 70조5,000억원으로 전년의 36조3,000억원에 비해 94.2%나 증가했다.
정부 부문도 장기 국공채 발행,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13조3,000억원의 자금을 외부로부터 끌어들였다. 이는 전년의 10조5,000억원에 비해 26.7%나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ㆍ개인ㆍ정부 등 비금융 부문의 부채는 지난 2001년 말 현재 1,081조2,000억원으로 전년의 991조원에 비해 10% 가까이 늘어났다.
한편 기업은 차입규모를 줄여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주식 및 채권발행 등을 통한 직접금융 규모는 늘렸지만 은행차입금은 10조원 이상 축소했다. 이는 결국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탓에 설비투자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 갈수록 빠듯해지는 개인과 정부의 살림살이
통상 개인 부문은 국민경제에서 주로 자금을 공급한다. 하지만 주택자금 수요 및 소비수요 증가 등으로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제 개인은 자금수요 주체로 바뀌는 양상이다.
개인 부문의 자금조달 규모가 늘어나면서 운용규모도 2000년 68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85조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부채가 늘어나면서 자산도 동시에 증가한 것이다.
개인들이 외부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이면서 개인 부문의 잉여자금 규모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98년만 해도 개인의 자금잉여 규모는 84조5,000억원에 달했으나 ▲ 99년 42조8,000억원 ▲ 2000년 32조5,000억원 ▲ 2001년 14조7,000억원 등으로 큰 폭 감소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개인 부문의 잉여자금 규모는 88년(11조4,000억원) 이후 13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개인의 금융자산 잔액은 862조6,000억원으로 전년(775조2,000억원)에 비해 11.2% 늘어났다. 하지만 부채도 계속 증가함에 따라 금융부채에 대한 금융자산의 비율은 2.44배로 전년(2.64배)보다 줄어들었다.
개인 부문의 금융자산과 부채가 함께 늘어난 것은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른 차입 확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지난해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정부 부문의 자금잉여액도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정부의 자금잉여액은 23조8,000억원으로 전년의 29조7,000억원에 비해 19.9%나 줄어들었다.
◆ 돈 안 쓰는 기업
지난해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규모는 51조9,000억원으로 2000년의 65조8,000억원에 비해 21.2% 감소했다. 경기가 불투명한 탓에 마땅히 돈 쓸 곳이 없어 외부로부터의 자금조달을 축소한 것이다.
이처럼 자금조달 규모는 줄였지만 운용규모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운용규모는 28조원으로 전년의 27조8,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기업들이 경기회복에 대비해 투자 및 운전자금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기업의 자금조달 패턴에서 드러난 특징은 간접금융의 비중이 축소된 반면 직접금융의 비중은 크게 늘어났다는 것. 지난해 말 현재 기업의 은행차입금은 1조1,850억원으로 전년의 11조7,680억원에 비해 거의 1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주식이나 채권발행 등을 통한 직접금융 규모는 36조8,000억원으로 전년의 17조2,000억원에 비해 두배 이상 증가했다.
정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