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저상(低床)버스에 대한 오해

신윤근 건설교통부 육상교통기획과 사무관
서울시는 지난 7월1일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후 차량 안에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와 두 개의 버스를 연결한 굴절버스를 도입해 각각 운행하고 있다. 휠체어와 유모차를 동반한 승객과 고령자 등 이른바 ‘교통약자’뿐만 아니라 모든 버스이용객은 새로운 버스의 등장에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이들 버스의 이용률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버스사업자는 저상버스 도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저상버스가 도로면에 부딪힐 정도로 낮아 운행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휠체어와 유모차를 동반한 승객 등으로 인해 승ㆍ하차 시간이 기존의 일반버스보다 많이 소요된다며 탐탁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저상버스의 경우 지면에서 차량바닥까지 높이는 32.6㎝ 가량이다. 일반버스에 비해 6㎝ 정도 낮아 외관상으로 일반버스와 구별하는 게 어렵다. 또한 현재의 도로상황에서 운행이 어렵다는 주장은 서울시에서 증명한 자료를 살펴볼 때 기우에 불과하다. 2002년 교통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저상버스 도입ㆍ운영 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수평 승ㆍ하차로 인해 걸리는 승ㆍ하차 시간은 일반버스보다 승객 1인당 약 2초 가량 줄어든다. 또 승ㆍ하차 시간의 단축으로 서울시에서 저상버스를 전면 도입할 때 시간절감 효과는 87만시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교통약자의 눈높이에서 이동편의시설 기준을 마련해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공무원과 버스사업자들이 기존의 차량 중심적 교통정책에서 인간 중심적 교통정책으로 전환하는 사고의 변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이라는 이상과 ‘버스사업자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발생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국가와 지자체가 일반버스와 저상버스 구입가격의 차액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해보인다. 또 장기적으로는 저상버스 구입가격을 절감하기 위해 현재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부품을 국산화하는 등 표준모델을 개발한 뒤 대량생산체계의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멀지 않은 장래에 전국의 시내버스가 저상버스로 100% 교체돼 교통약자의 든든한 발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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