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나 펀드, 환해지 상품 등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분쟁도 급증하고 있다. 법원은 금융상품 판매사들이 상품의 내재된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고지 했는 지와 투자자가 고도의 주의의무를 기울였는 지 등을 따져 손해배상 범위를 결정하게 된다. 금융상품 관련 분쟁시 법원은 누구에게, 얼마 만큼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지 사례별로 살펴봤다. 증권사 직원의 임의매매(고객이 동의하지 않은 증권사의 주식매수)로 손해를 봤다고 하소연 하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투자자가 이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하지 않으면 배상을 받기가 힘들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증권사 직원 A씨는 2000년 주식위탁계좌를 개설한 고객 B씨의 종자돈 2억원으로 고객의 동의 없이 수 차례 주식을 사고 팔았다. 손해 폭이 커지자 B씨는 증권사를 상대로 임의매매로 인한 손해배상을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은 B씨의 행동은 묵시적 추인을 받은 것이 다름 없어 임의매매가 아니다"고 원고 패소판결 했다. 이는 금융상품 투자시 '본인책임' 및 '지속적인 관리' 원칙에 따른 것으로, 증권사 직원의 부당권유 시에도 투자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다. 증권사 직원의 말에 현혹돼 특정종목을 샀다가 손해를 봐도 투자자 책임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특히 증권사 직원이 손실보전각서를 써 주었더라도, 피해의 책임은 투자자에게도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 C씨는 1996년 증권사 직원 D씨가 "혼자만 아는 100% 호재"라며 K사 주식 매수를 추천하자, 곧바로 10억원을 투자해 매수했다. 그러나 K사 주가는 3~4일 이후 계속 내리막을 타다 손해만 커졌다. C씨는 직원 D씨에게 손절매를 요구했지만, D씨는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며 각서까지 써 주면서 버티다 더 큰 손해를 봤다. 법원은 "C씨가 과도한 위험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하며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D씨도 상당한 투자경험이 있으면서도 경솔하게 주식을 매수했다"며 40%의 과실책임을 물었다. D씨로서는 억울하지 짝이 없지만, 투자는 본인의 책임 하에 이뤄진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증권사 직원이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등의 '불완전 판매'를 했더라도 투자자가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100%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 이는 투자자의 고도의 주의의무를 요구한 때문이다. 2005년 3월 인덱스펀드에 30억을 투자한 J씨는 증권사 직원 L씨로부터 "코스피가 하락할 경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만 들었을 뿐 손실가능성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 또한 투자설명서 대신 L씨가 작성한 '안내문'만 받았다. 펀드 가입 후 3달이 지난 같은 해 6월 비로소 J씨는 원본손실 가능성을 인지했고, 이후 손실이 나면서 L씨가 "환매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한동안 환매를 보류한 J씨는 6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말았다. J씨는 '불완전 판매'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증권사의 불완전 판매는 인정되지만, J씨는 원본손실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환매를 지체했고 손실이 더욱 커졌다"며 증권사는 40%, J씨는 60%의 과실을 인정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예상치 못한 막대한 손실을 본 우리파워인컴펀드는 이를 판매한 은행들이 투자안전성만 강조한 나머지 투자자 보호의무를 게을리 해 피해를 본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이 경우에도 쟁점은 투자자가 고도의 주의의무를 다 했는지 여부였다. 이 때문에 법원마다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는 투자자 6명이 낸 소송에서 "판매 은행 직원들이 안전하다는 점만 강조해 투자자 보호 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며 "우리은행은 손해액의 45%를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같은 법원 민사합의11부는 같은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Y장학회가 우리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원고측이 고도의 주의의무를 다 하지 않았고, 가입확인서에 '충분한 설명을 들었다'고 서명한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주식이나 펀드 등의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는 투자의 최종 판단은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고, 금융업체 직원들에게 '적당히 알아서 해달라'는 식의 요구는 손실이 발생했을 때 법적 배상을 받을 수 없는 등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한 투자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