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13억 시장을 열어라] <중> 중국이 보는 한중FTA

美·EU 견제할 '제3 경제블록' 디딤돌<br>아세안과 FTA 효과 미미하자 한·일과 경제통합 절실해져<br>"농업등 제외 가능한 것부터" 적극



중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자국을 중심으로 하는 '제3의 경제블록'을 구상하고 있다. 제3의 경제블록은 동아시아를 주축으로 남아시아ㆍ중앙아시아부터 러시아ㆍ호주ㆍ뉴질랜드에 이르는 중국의 대주변(大周邊)을 일컫는다. 이들 대주변을 장기적으로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과 발언권을 확대함으로써 글로벌 다자간협상의 주도권을 잡는 동시에 미국 등 서방 중심의 세계질서에 대한 대항마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역사적ㆍ지리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밀접한 관계에 있는 세계 10대 안팎의 경제대국인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제3의 경제블록으로 나아가는 데 획기적인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로 부상하면서 어느 때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치ㆍ군사ㆍ경제적 견제가 심해지고 있는 것도 중국이 주변 아시아 국가와의 경제통합을 더욱 절실히 모색하는 요인이다. ◇한국은 제3경제블록의 도약대=중국의 제3경제블록 구상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동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환황해권역이다. 세계 제2경제대국인 일본과 신흥 선진경제국인 한국과의 경제통합이 이뤄질 경우 기존 경제권역인 미국ㆍEU와의 경제질서 샅바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중국은 아세안과의 FTA를 전면 발효하면서 인구 19억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권역을 탄생시켰지만 세계경제 질서의 발언권에 미치는 영향력에서는 이렇다 할 효과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환황해권이 통합될 경우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중국의 판단이다. 이들 권역이 세계 정치구도 측면에서 전통적으로 미국 등 서방권에 치우쳐 있었지만 경제통합을 계기로 중국과 정치ㆍ외교 측면으로도 한층 가까워지며 국제무대에서 새로운 파워블록을 형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물론 한중일 3국이 한꺼번에 FTA를 추진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한국과의 우선협상이 언제든 가능하다는 게 중국 정부의 입장이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대표처 소장은"중국은 한꺼번에 일괄적인 FTA 체결이 어렵다면 농업 등 민감한 부문을 제외하고 의견조율이 가능한 것부터 느슨하게 경제통합으로 나가는 방안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 FTA 체결을 위한 한중 산관학 공동연구가 한창이던 지난 2007년 보시라이(薄熙來) 당시 중국 상무부장은 전체 품목에서 한중 양국에 민감한 것을 10%씩 추려 이를 제외하고 협상을 진행하자고 할 정도로 강한 협상추진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중국 현지 경제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입장이 2007년 전후와 달라지지 않았다며 한국 정부가 FTA에 전향적 자세로 돌아서기만 하면 양국 간 FTA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변국 및 자원국과 FTA 체결 가속화=2000년대 후반 들어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FTA 체결속도를 보면'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중국의 FTA 전략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중국 중심의 거대 경제블록을 형성하기 위한 주변국과의 경제통합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원확보를 위한 자원부국과의 FTA 체결이다. 중국은 대국의 관점에서 상대국이 원하고 서로 경제적 효과가 크다면 FTA를 체결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현재 뉴질랜드ㆍ호주ㆍ파키스탄ㆍ칠레 등 30여개 국가와 FTA를 체결 및 발효시키거나 협상을 진행 중이고 이 가운데 홍콩ㆍ마카오, 아세안을 포함한 8개국과는 이미 FTA를 발효시켰다. 이 같은 흐름은 2000년대 후반 들어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2006년 칠레, 2007년 파키스탄, 2008년 뉴질랜드ㆍ싱가포르, 2009년 페루, 2010년 코스타리카와 FTA를 발효시킨 데 이어 올 6월 대만과의 FTA 체결을 앞두고 있다. 사실 중국은 1991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가입 이후에도 1990년대 말까지 역내 경제협력에 소극적이었다. 후발 개도국으로서 뒤처진 자국경제 개발에만 전념해 역내를 돌아볼 여력이 없었던데다 경제적 낙후성으로 FTA 체결시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세계경제에 편입되면서 기존의 수동적이던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경제통합을 이끄는 주도세력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등 서방국의 견제를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고속성장에 따른 안정적 자원확보를 위해 어느 때보다 중국 중심의 경제블록 형성을 통한 국제정치 및 경제영향력 확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중국의 FTA 전략 가운데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자원확보다. 칠레(구리)에 이어 호주(철광석ㆍ아연ㆍ니켈), 걸프협력협의회(GCC), 중앙아시아국과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관세 인하 넘어 비관세 장벽 해소 중요"

■ 中 기존 FTA협상으로 본 시사점
항목별로 中국내법과 충돌도 유의해야
세계 각국이 쌍무적ㆍ다자적으로 체결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은 경제통합의 수준이나 폭에서 천태만상이다. 단순히 무역품목 관세를 인하하는 수준부터 상대국 정부의 조달시장 등에까지 깊숙이 관여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하다. 중국은 지난 2003년 홍콩을 시작으로 2005년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올해 4월 코스타리카까지 8개국 및 권역과 FTA를 체결했지만 각 나라별로 포괄하는 경제협력의 범위와 수준은 상이하다. 중국 정부는 주변국 및 자원국과의 경제블록을 형성한다는 목표 아래 협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일단 느슨한 형태의 FTA를 체결한 후 협상을 통해 점차 경제통합 범위를 늘려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시한에 쫓겨 중국과의 FTA 체결을 최우선 목표로 삼을 것이 아니라 기존에 중국이 체결한 FTA 전문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기업들의 경영상 애로사항을 실사해 좀더 심도 있는 FTA 논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중국의 외국인투자건축업관리기업규정에 따르면 100% 국내 자금으로 투입된 프로젝트의 경우 외국 회사가 도급을 받지 못하도록 정해 건설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정부 발주 공사는 원천적으로 따낼 수 없도록 돼 있다. 중국의 현지 전문가들은 그동안 한국 정부가 중국과의 FTA 협상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적용했던 '거시적 모형분석' 모델은 상품무역 증가율 등에만 초점을 맞춘 절름발이 연구였다며 개방 이후 중국의 보이지 않는 정착 장벽을 적출해내고 이들 규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돼야 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한진 KOTRA 베이징본부 부장은 "중국과의 FTA는 단순히 교역상품 관세인하 협상을 넘어 중국 정부의 조달시장 규제 등 각종 비관세 장벽을 투명화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면서 "중국과 FTA를 체결하고도 항목별로 중국 국내법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상무부ㆍ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각 부처들이 하나의 법규를 놓고 복잡하게 관계해 있어 이런 부분 역시 실무에서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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