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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新人脈] 100대 건설사 리더 집중 분석

상위 20곳 CEO 대부분 평사원서 시작한 자수성가형




현대 김중겸·대우 서종욱·현산 박창민
쌍용 김병호·포스코 정동화 사장 등
모두 공채 출신으로 수장까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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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양대산맥 현대·대우 출신들은
중견업체 전문경영인에 대거 포진

경기·경복고·서울대 동문 가장 많고
20대기업 CEO 48~53년생 대다수
'명문고와 명문대 출신으로 평사원에서 시작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되다.'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CEO상이지만 이는 한국 건설업체, 특히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업체의 CEO들이 보여주고 있는 전형적인 모델이다. 지난 1960년대 창업기를 거쳐 1980년대 중동 르네상스시대와 지금의 전환기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토대가 된 건설인맥은 현재 두 가지의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그 중 큰 맥이 자수성가형 CEO다. 또 다른 줄기는 대형 건설사, 특히 현대건설ㆍ대우건설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이 중견급 건설사 CEO로 이동하면서 형성된 건설인맥이다. 이는 서울경제신문이 시공능력평가액 순위(2010년 기준) 100대 건설업체의 오너와 경영자를 조사, 분석한 결과다. 건설업계는 전통적으로 금융 등 다른 산업과 비교해 인력 이동이 흔한 곳은 아니다. 이 같은 업종 특성은 건설인맥 CEO의 면면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퇴직할 때까지 한 회사에서 근무하며 한 우물만 판 끝에 CEO에 오른 'OO건설 맨'이 유독 많다. ◇상당수 CEO, 외길로 최고 경영자에 올라=국내 대형건설업체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이른바 순혈(純血)주의다. 상위 20위권 건설사 중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회사를 이끌고 있는 CEO들은 그 회사에서 평사원부터 커온 공채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김종인 대림산업 부회장,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사장, 김병호 쌍용건설 사장이 모두 공채 출신으로 출발해 회사의 수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박창규 롯데건설 사장 역시 대우건설 공채 출신으로 사장까지 맡은 후 회사를 긴 경우다.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 기옥 금호건설 사장, 정동화 포스코건설 사장도 그룹 공채 출신 CEO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위 20개 건설사 전문경영인 대부분이 전형적인 샐러리맨의 CEO 성공 신화를 보여준 사례들이다. ◇건설인맥의 양대축, 현대ㆍ대우건설 맨=건설업계는 이들 '00건설 맨'을 중심으로 인맥의 줄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수주 산업의 특징상 이직ㆍ전직이 활발하지는 않았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자리 이동이 빈번해졌다. 특히 이른바 메이저 업체에서 100위권 이내의 중견사 CEO로 옮긴 경우가 상당수다. 실제로 100대 건설사 CEO 중 현대건설 출신은 정수현 현대엠코 사장, 정무현 한라건설 사장 등 10명에 이른다. 대우건설 출신 역시 13명에 달하며 박창규 롯데건설 사장,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 이근포 한화건설 사장, 김기동 두산건설 사장 등 면면 역시 화려하다. 현대건설ㆍ대우건설 등 전통의 건설 명가가 사관학교로 불리는 이유다. 이는 두 회사가 IMF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겪은 탓도 있지만 다양한 해외현장ㆍ영업 등을 통해 다른 업체에서는 쌓기 힘든 노하우를 축적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인맥의 또 다른 특징은 오너 경영이 많다는 점. 최근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선임된 것처럼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투톱 체제로 유지되는 회사가 많다. 대한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ㆍ금융위기 등 과거부터 어려울 때는 오너가 경영의 전면에 등장하곤 했다"며 "수주 등 영업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자금 및 관리는 오너가 맡는 책임 분산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6ㆍ25 세대가 건설업계의 주축=100대 건설사 최고경영자의 평균 연령은 59세였다. 조사대상 135명 중 50~60대 CEO가 67명으로 가장 많았고 60~70세 CEO도 49명이나 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상위 20개 업체 전문경영인은 단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1948~1953년생이라는 점이다. 6ㆍ25를 전후해 출생한 인사들이 한국 건설업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반면 요즘 CEO의 대세라는 40~50세 이하는 13명에 불과했다. 이는 현장 경험 등 풍부한 노하우를 중시하는 건설업종의 특성이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업계 최연소 CEO는 강현정(38) 울트라건설 사장과 전찬규(38) 현진 사장이다. 이들은 창업주인 고(故) 강석환 회장의 장녀, 전상표 회장의 아들로 2세 경영의 대표적 사례다. 출신지는 서울이 34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ㆍ경남(18명), 대구ㆍ경북(16명), 전남(14명), 충남(11명) 등이 뒤를 이었다. ◇경기ㆍ경복고에 서울대 출신 두드러져=출신 고등학교는 경기고(7명), 경복고(7명), 경남고(5명), 서울고(5명), 휘문고(4명) 등으로 비평준화 이전, 이른바 서울 명문고교 출신이 많았다.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 허종 삼환기업 사장, 조용경 대우엔지니어링 부회장, 임휘문 성원건설 사장, 정태화 진흥기업 사장 등이 경기고 동문이다. 허명수 GS건설 사장, 이해욱 대림건설 부회장, 박창규 롯데건설 사장, 이필웅 풍림건설 회장, 진재순 한일건설 회장 등이 경복고 동문이며 김갑렬 GS건설 부회장, 김종인 대림산업 부회장, 정동화 포스코건설 사장, 박종영 태영 사장, 김진윤 한일건설 사장은 경남고 동문이다. 대학은 서울대(30명), 고려대(17명), 한양대(17명) 등 건축ㆍ토목 공학의 전통이 깊은 대학 출신 CEO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서울대 토목공학과가 5명, 한양대 건축공학과와 토목공학과가 각각 4명씩이었다. 강희용 LIG건설 사장, 윤대근 동부건설 부회장이 서울대 토목공학과 출신이며 김외곤 태영건설 사장, 곽선기 서희건설 사장, 박상진 ㈜한양 사장, 이근포 한화건설 사장 등이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특히 서울대 공업교육학과가 CEO를 5명이나 배출한 것이 눈에 띈다. 두산건설 김기동 사장, 한화건설 김현중 부회장, 극동건설 윤춘호 사장, 대우조선해양 정재영 사장, 진흥기업 정태화 사장 등 5명의 CEO가 그들이다. 공업교육학과는 공업교사 양성을 위해 1962년 신설돼 1978년 유사학과로 통합되기 전까지 건축ㆍ기계ㆍ용접판공ㆍ자동차ㆍ전기ㆍ전자ㆍ주조 등 7개 전공의 졸업생 886명을 배출했다. 서울대 건축학과의 한 관계자는 "공업교육학과 졸업생이 건설업계에 많이 진출한 것은 1970~1980년대 중동 건설경기 호황의 영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재무통 약진=최근 건설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건축ㆍ토목공학과 출신 CEO외에도 경영ㆍ경제ㆍ회계학과 출신이 약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20명), 경제(9명), 회계학과(1명)는 총 30명으로 토목공학(15명), 건축공학(16명)을 합친 숫자에 육박한다. 이는 IMF를 통해 건설업계가 구조조정과 사업다각화를 거치며 재무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건설업계의 대표적인 재무통은 정연주 삼성건설 사장과 기옥 금호건설 사장이다. 오너 출신 경영자지만 허명수 GS건설 사장도 빼놓을 수 없다. 정연주 사장은 동국대 경영학과를 나와 삼성전관 경영지원팀장(상무), 삼성SDI 경영지원팀장 및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재무 관련 업무를 오래 담당해온 전문가다. 기옥 사장 역시 성균관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금호실업 자금부, 아시아나항공 재무부문 상무 등을 거쳤다. 해외건설에서 단순시공보다 플랜트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화학(4명), 기계공학과(2명) 출신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경희대 화학공학과, 윤석민 태영건설 부회장이 서울대 화화공학과 출신이다. 이 밖에 국어국문(벽산건설 장성각 사장), 음대(울트라건설 강현정 사장) 등 건설과 무관한 특이 전공자도 있다. ◇친구경영, 형제경영에다 창업까지=건설업계에서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과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의 일화는 유명하다. 김 사장과 서 사장은 고향 친구로 문경중학교(15회)를 같이 나온 50년 지기이자 선의의 라이벌이다. 김 사장이 서울 휘문고로 서울 유학을 떠나면서 잠시 헤어진 친구는 대학에서 선후배 사이로 다시 만난다. 서 사장이 경제학과 68학번, 김사장이 건축공학과 69학번이다. 대성산업ㆍ에이스종합건설은 '친구 경영'의 대표적 사례다. 대성산업 김영대 회장과 정광우 사장은 서울 법대 동기동창이다.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 부행장을 역임한 정 사장이 건설업계에 투신한 경우다. 삼부토건ㆍ계룡건설산업ㆍ풍림산업 등은 '형제 경영'을 하고 있는 건설업체다. 계룡건설산업은 창업주인 이인구 명예회장과 동생인 이시구 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 밖에 건설업계에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CEO가 다수 있다. 김창희 현대건설 부회장은 100대 건설사 CEO 중 유일하게 제주도 출신이다. 제주대에서 경영학 석사까지 마쳤다. 고재일 동일토건 회장은 26년간 회계사를 지내다 창업한 경우다. 조용경 대우엔지니어링 부회장은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비서 출신으로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정치권과 인연이 있는 CEO도 있다.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은 13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아버지인 고(故) 조정구 회장 역시 11대 국회의원을 지내 2대째 정치권에 몸을 담았다. 김의기 ㈜부영ㆍ동광주택 사장은 주 베트남 대사를 역임하다 이중근 회장과 인연이 닿아 영입된 케이스다. 창업주인 운여웅 제일건설 사장은 지난 대선 때 MB연대 고문을 지냈다.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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