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인수위 "세계 정치사 전무후무한 일 막아달라"

여론에 호소하며 설득-압박 병행

이한구(왼쪽)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이 12일 오전 서울 삼청동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 결렬에 따른 긴급 대책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박재완(오른쪽) 정무수석 내정자와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손용석기자

인수위 "세계 정치사 전무후무한 일 막아달라" 여론에 호소하며 설득-압박 병행 온종훈 기자 jhohn@sed.co.kr 이한구(왼쪽)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이 12일 오전 서울 삼청동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 결렬에 따른 긴급 대책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박재완(오른쪽) 정무수석 내정자와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손용석기자 "장관 없이 (정부가) 출범하는 세계 정치사의 전무후무한 일은 막아달라."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12일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에서 이같이 밝히며 예비 야당인 통합민주당 측에 협조를 당부하고 국민 여론에 호소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이날 오후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새 정부의 원활한 출범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면서도 "서로 대화로서 협의가 안되면 우리는 원안을 갖고 갈 수밖에 없다"며 선을 분명히 했다.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온 새 정부 출범이 사상 초유의 '무인(無人) 캐비닛' 상태로 진행되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명분상의 우위가 분명한 만큼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또 여소야대로 출범하는 정권 초기의 국정운영 주도권을 장악하고 또 4ㆍ9총선을 앞둔 정치적 기선제압의 성격도 강하다. 이 당선인은 앞서 인수위-한나라당 원내대표단 연석회의에서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드는 것은 21세기 생존전략이다. 다른 정당도 선거 때는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했다"고 지적한 뒤 "정치적ㆍ정략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당선인이 직접 나서 정부조직개편의 취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통합민주당을 압박하는 동시에 마지막까지 설득노력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이는 '명분 쌓기'를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는 "민주당의 반대 주장은 결국 총선전략"(안상수 원내대표), "오늘 하루 최선의 노력을 다해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한승수 총리 지명자) 등 '여론몰이'를 위한 발언이 쏟아졌다. 이 당선인은 전날 정부조직법 협상이 결렬된 후에 한승수 지명자와 수석비서관 내정자 등을 소집해 가진 심야 긴급회의에서도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비롯해 필요하면 누구라도 내가 직접 만나겠다"며 협상테이블에 직접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 배석자는 전했다. 인수위와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표방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70%를 육박하는 상황을 명분으로 최대한 활용하면서 이를 지렛대로 이용, 통합민주당을 압박하는 수순을 택한 것이다. 실제 당선인 측에서는 정부조직개편안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부분 각료인선을 발표하는 방안도 압박전략으로 거론되고 있다. 인수위의 한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에서 협상 의지가 없기 때문에 타결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른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당선인은 당초 13일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지방 정책투어'도 취임 이후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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