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졸릭은 이란 제재 재고해야

파이낸셜타임스 11월 19일자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취임하면서 세계은행의 개혁을 경계하는 세력을 정리하지 않으면 그 세력의 타깃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는 졸릭의 개혁이 가져온 결과를 기쁜 마음으로 다루고자 한다. 울포위츠 끌어내기에 앞장섰던 그레이엄 휠러 이사는 이후 은행의 반부패프로젝트(INT)에 큰 흠집을 내 해직당했다. 지난달 졸릭 총재는 새 이사를 임명해 휠러 전 이사가 태만하게 관리해온 동남아시아의 부패사건들을 상당수 정리했다. 졸릭 총재는 부패한 필리핀 지원 프로젝트에도 늦게나마 손을 댔다. 지난 2000년 세계은행은 필리핀에 세 단계에 거쳐 6억3,000만달러 규모의 도로 개선 관리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하지만 2005년 INT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은행에 로비한 16개의 관련 기업이 카르텔을 형성해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제임스 애덤스 동아시아 부총재는 카르텔 문제만 해결하고 바로 프로젝트 2단계 실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는 이전 캄보디아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캄보디아 정부의 부패를 덮어두려고 한 사람이다. 다행히 졸릭 총재는 정식으로 필리핀 2단계 프로그램 시행을 중지, 그 전에 지목된 16개 기업의 부정담합을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졸릭 총재가 관련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한 처사다. 하지만 졸릭 총재가 이란 문제를 다루는 데서는 기쁜 마음이 사라진다. 7월 미국 의회는 졸릭 총재에게 서문을 통해 이란에 대한 8억5,000만달러의 대출을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세계은행은 최근 유엔의 대이란 제재와 세계은행 지원과는 무관하다며 이를 거절했다. 이는 좁은 의미에서 맞는 말이지만 정치적 이슈를 뒤로 하고 세계은행이 이란에 주는 지원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 이란의 혁명 세력이 얼마만큼 이란의 돈줄을 잡고 있는지, 또는 자금흐름을 세계은행이 얼마만큼 추적할 수 있는지와 관계없이 졸릭 총재는 옳은 명분으로 그 자금줄을 차단할 자격과 권한이 있다. 물론 이러한 행보는 그의 주변에 더 많은 적들을 만들 것이다. 하지만 세계은행의 수장으로서 주위에 적이 하나도 없다면 그것은 수장의 본분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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