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IT 신소재 개발 앞당기려면


박장웅 울산과기대 신소재공학부 교수2


입을 수 있는 전자장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나이키의 퓨얼밴드 같은 손목밴드형 디바이스부터 삼성전자의 갤럭시기어, 소니 스마트워치, 구글글래스에 이르는 다양한 웨어러블 전자제품들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조만간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플랫폼 업체들까지도 다양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하니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향후 정보기술(IT) 산업을 이끌어갈 유력한 후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신축성 전극소재 외국 기업이 독식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시장전망도 밝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출하량은 매년 급증해 4년 뒤인 오는 2018년에는 3억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예상 출하량이 15억개 정도이므로 스마트폰 사용자 5명 중 1명 정도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소지하는 셈이 된다.


향후 웨어러블 일렉트로닉스의 성공 여부는 성능 외에 착용감이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쉽게도 상용화된 웨어러블 제품들은 기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에 기반을 둬 구부러지거나 잡아당길 수 없는 딱딱한 형태로 착용감이 좋지는 않다. 인체는 부위별로 다양한 곡률반경을 가지며, 특히 피부는 수축과 이완을 반복해 단순히 구부러지기만 해서는 착용감을 높일 수 없다. 착용했을 때 자연스럽게 인체에 밀착돼 늘어나야 불편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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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된 '신축성 전자장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미국 일리노이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스프링 구조 전자회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를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및 터치스크린용 투명전극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스프링 구조 표면의 요철들이 빛을 산란시켜 투명도를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널리 쓰이는 투명 전극재료인 'ITO(Indium Tin Oxide)'를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구부리거나 잡아당겼을 때 유리처럼 쉽게 깨지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수한 전기적·광학적 특성이 있으면서 ITO보다 높은 신축성을 갖는 차세대 투명전극 개발이 중요하다. 현재 기술로는 터치스크린과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내장되지 않은 형태의 단순한 전자회로만을 신축성 있게 구현하는 수준이지만 수년 내 신축성 있는 디스플레이와 터치스크린까지 상용화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에 대비해 신축성 투명전극 소재 분야의 원천기술과 시장을 선점하려는 정부의 투자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 전도성 고분자, 탄소 나노튜브, 그래핀, 금속 나노와이어, 금속 그리드패턴 등 무수한 재료들이 ITO 대체후보로 연구되고 있다. 아직은 ITO의 성능을 능가하면서 신축성까지 갖춘 완벽한 재료는 없지만 근접할 만한 성능에 도달한 재료들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 고성능 차세대 투명전극 관련 원천기술 및 특허들은 해외 위주로 섭렵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단일재료만 써서 완벽한 투명전극 특성을 구현한 사례가 아직 없고 복합체 분야는 아직 원천기술들이 많이 개발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국가 차원 연구로 개발집중도 높여야

차세대 투명전극 후보 재료가 다양한 만큼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독자적으로 완벽한 재료를 개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연구기간도 길고 장기적으로 투자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려면 정부 차원의 대형과제를 통해 차세대 투명전극 분야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집중된 형태로 기술을 완성해야 한다. 분산된 연구개발 형태보다는 연구력을 집중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야인 것이다. 일본이 현재 ITO 투명전극 시장 70%를 점유하는 것처럼 집중된 투자를 한다면 우리나라도 '신축성 차세대 투명전극' 시장을 호령할 날이 곧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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