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상장사들의 신규시설 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공장 증축과 시설 확보 등에 자금을 투자하겠다고 공시한 상장사는 8개사에 이른다. 투자규모 만도 5조1,495억원으로, 대부분의 상장사들이 자기자본의 10% 이상을 신규 시설 투자에 쏟을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21일 공시에서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시장의 성장에 따라 공급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2조4,430억원을 시설투자에 쏟는다고 밝혔다. 이는 자기자본의 24.3%에 해당하는 대규모 투자다. 투자기간은 오는 12월31일까지다. 또 현대DSF도 같은 날 시설 증설에 448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오는 2014년 11월30일까지 계통 압력 주배관 건설에 4,733억원을, 신성홀딩스는 태양전지제조라인 증설에 2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외에 신라교역은 노후선박을 대체할 새로운 참치선망선 1척을 만드는데 25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OCI는 크리스탈 결정성장(Growth) 사업 시설투자에 938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2조456억원)과 풍강(40억원)도 올 들어 신규시설 투자에 나선다고 알린 바 있다. 이처럼 새해 들어 상장사들의 시설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진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경기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서 국내 상장사들이 시장 선점 차원에서 앞다퉈 시설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이같은 대규모 투자는 국내 경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개선된 상장사들이 벌어들인 수익을 투자에 사용함으로써 고용창출을 유발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가져와 국내외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들의 신규 투자는 경기 활성화를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측면이 강하다”면서 “고용창출 등 선순환 구조를 꾀할 수 있어 매우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가 면에서는 시설투자가 회사의 수익 창출로 연결될지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소속 산업군에 따라 공장 증축 등의 시설 투자가 약이 될수도, 독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IT 부문의 경우 시설 확충 등의 신규 투자가 기업에 독이 된 사례도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신규 시설 투자로 생산량만 늘어나 제품 가격만 떨어뜨릴지, 아니면 수익 창출이라는 효과를 이뤄낼 지 면밀한 선행조사를 실시한 뒤 투자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