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H&Q의 에스콰이어 부실 투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국민연금공단은 감사를 통해 H&Q가 지난 2009년 에스콰이어 인수 당시 '불량' 상품권 매출 240억원을 부채로 잡지 않은 점을 확인했다. 앞서 H&Q는 국민연금의 2,000억원 출자를 토대로 조성한 2호 펀드(3,725억원)를 통해 2009년 에스콰이어 지분 100%를 약 8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경영난으로 에스콰이어가 지난해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가 국민연금의 투자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번 사태는 국민연금의 자금을 운용하는 PEF의 '직무 태만'이 처음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만약 H&Q가 에스콰이어 인수 때 실사를 꼼꼼히 했다면 회수가 불가능한 상품권을 그대로 매출로 인식해 240억원의 웃돈을 주고 회사를 인수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경기 변동 등에 따른 예측 불가한 투자 손실이 아니라 위탁운용사로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탓에 발생한 투자 '부실'인 셈이다. 이 같은 운용사의 직무 태만에 국민의 노후자금 수백억원이 허공 위로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인수 이후 부실한 사후관리도 문제다. 에스콰이어가 2011년부터 '이상 징후'를 나타냈음에도 운용사인 H&Q와 국민연금은 수수방관했다. 국내 운용사들이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때와 새로운 투자 건을 가공하는 과정에서만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이후 사후관리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한 중견 PEF 대표의 '고백'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국민연금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2의 H&Q'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시적인 점검 체계를 구축하는 등 사후관리 역량 강화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분기에 한 번씩 운용사로부터 의례적인 '수익률 보고'를 받는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사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끔 유한책임투자가(LP)로서 지속적인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