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낳은 아이 잘 키우자

요즘 나는 이런 표어를 거리 곳곳에 내걸고 싶다. ‘애 낳아라 재촉 말고 낳은 아이 잘 키우자.’ 한해 자살하는 아이들이 2,000명이고 각종 사고와 생활고나 가정불화를 비관한 어른들의 동반자살로 죽음에 이르는 아이들도 부지기수다. 학교를 중도 탈락하는 아이들이 일년에 5만~6만명이다. 이중 1만~2만명은 조기유학을 떠난다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한해 어린이 자살 2,000건 여러 가지 이유로 가출해 거리를 방황하다가 가출한 지 사흘만 지나면 험난한 세상에서 험난하게 사는 방법을 터득한다. 집에 있는 아이들의 경우도 인터넷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은둔형 외톨이가 돼 세상과 담을 쌓을까봐 부모들의 걱정이 대단하다. 어른이 돼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헤쳐나가지 못하고 남에게 부담이 되는 삶을 살지 않도록 국가는 물론 가정과 학교ㆍ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아동청소년이 모든 면에서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우리 사회가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제는 옛말이 돼버렸지만 우리가 어릴 적에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지역사회에서 ‘마을’을 되살려내는 훌륭한 주민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희망을 갖게 된다. 아파트 단지 내의 같은 학년 친구들이 경쟁자가 되고 엄마들조차 정보 공유가 어렵다는 요즘, 뭔가 다른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교육계에 종사하는 부부가 시작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작은 문화프로그램이 옆단지로 퍼지고 또 옆단지로 퍼지면서 네 개의 아파트 단지가 공동체가 됐다. 아이들이 모이니 엄마가 모이고 아버지도 참여한다. 자녀와 함께 공동 캠프도 가고 시인을 모셔서 시낭송회도 연다. 수백 명이 운집한 세대공감 프로그램이었다.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전국에 이들처럼 아이들과 함께하며 마을을 살려내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대한민국 부모들의 사랑은 세계가 놀라워할 정도로 극진하다. 아이들을 위한 기러기 아빠들의 희생이 바로 그것이며, 그들은 자녀들의 성공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이 사랑은 절대로 자기 집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햇빛이 강할수록 그늘도 짙어진다. 내 아이에게만 가진 것을 모두 쏟아 붓는 우리 사회에서는 상대적으로 외롭고 쓸쓸한 아이들의 슬픔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청소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청소년의 ‘푸른 성장’을 목표로 다양한 국가 청소년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장을 지원하고 그들이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드는 데 정부가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기르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아동청소년을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두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역사회ㆍ시민단체의 각별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국가·지역사회가 애정 쏟아야 모든 국민들이 미래를 생각하고 있건만 지방자치단체에는 청소년과나 계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미래지향적인 지도자는 아직 투표권이 없는 아동청소년이라 해도 관심을 가질 줄 알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맞이한 저출산 사회에서 아이들 한사람 한사람은 우리의 미래이다. 오늘의 청소년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와 기술에 대해 어른들이 갖지 못한 빠른 적응력과 창의성을 갖고 있다. 청소년이 꿈과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낙오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운동과 사랑의 마음이 샘솟기를 기대한다. 온 마을이 함께 기른 아이는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시민으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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