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경제4강]'주식회사 코리아' 발진
국가·기업 인지도 급상승… 싸구려 이미지 벗기 '기회'
대한항공은 대표팀이 스페인을 꺾고 월드컵 4강을 확정지은 직후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서 신나는 경험을 했다. 공항 관제탑에서 자사의 화물기를 '붉은악마(Red Devil)'로 호출하면서 이착륙 때 특별 배려한 것.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이는 국내 대표 항공사로서 위상은 물론 글로벌 항공사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알린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삼성ㆍLGㆍSKㆍ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들은 이번 월드컵으로 해외시장에서 수십조원의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고 판단하고 이를 수출확대, 일류상품 육성 등으로 연결시키는 데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특히 한단계 높아진 국가 이미지를 활용, 고부가가치 브랜드 이미지를 심는 데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재계는 또 정부와 공동으로 해외 IR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 효과 '기대 이상'
삼성은 계열사들이 참여, 건설한 상암경기장에 대해 해외업계의 관심이 몰리면서 디지털ㆍ건설 등의 부문에서 앞선 기술력을 알리는 기회가 됐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또 독일ㆍ스페인 등 유럽 지역의 디지털TV 전시회를 통해 고급 브랜드 이미지 심기에도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LG도 대회기간 필립스ㆍ도시바ㆍJVC 등 전략적 제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등을 초청,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후원한 프랑스ㆍ러시아 등은 물론 중동시장에서 인지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스폰서ㆍ광고 비용의 50배에 달하는 50억달러의 직간접적인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고 보고 있다. 성병호 현대차 해외영업본부장은 "사내 '품질 월드컵'을 추진, 세계 5대 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한 기회로 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 '싸구려 한국' 이미지 벗는다
삼성은 이번 월드컵에서 'IT 한국' 이미지가 확산됐다는 판단 아래 휴대폰ㆍ노트북PC는 물론 디지털TV 등에서 고가 전략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LG도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한편 올해 안으로 세계 1위 제품을 2~3개 더 추가하는 등 '일등 LG' 전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SK의 경우 전략 시장인 한ㆍ중ㆍ일 축구리그 후원, 아시아의 CDMA 벨트 형성, 정보통신 및 화학 분야 중국진출 등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현대차는 이번 월드컵의 성과를 이어받아 하반기부터 세계박람회 한국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 '업그레이드 코리아'에 적극 동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제품판매나 브랜드 이미지 상승은 국가 이미지와 직결돼 있는 만큼 지난 98년 이후 처음으로 정부와 공동으로 다음달 해외 IR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IR팀은 김각중 전경련 회장과 윤진식 재정경제부 차관이 공동단장을 맡으며 삼성ㆍLGㆍSKㆍ현대차 등 주요 그룹 CEO 등 50여명이 대거 참가할 예정이다.
LG도 올 하반기 해외 IR 활동을 통해 기업 신인도를 더욱 높이고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방침이다. 포스코도 기업 이미지는 물론 한국의 진취력과 추진력을 담은 해외 광고를 실시할 계획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월드컵 4강 진출로 국가브랜드 홍보 7조7,000억원, 기업 이미지 상승 14조7,600억원 등 간접적인 홍보효과만 22조여원으로 추산된다"며 "국가브랜드위원회 설립 등을 통해 한국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한편 기업 브랜드를 키우는 데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형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