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M&A 큰 장 열린 금융권

굵직한 매물만 10곳… 인수후보간 셈법 엇갈려 짝짓기 혼선<br>대형 금융지주회사 유력 속 LG·SK 등 대기업들 급부상<br>금융사 전략 따라 구도 바뀔듯


"일찍이 이런 적이 없었어요. 지금까지 인수합병(M&A) 시장이 단일 품목 음식이 차려진 식탁이었다면 지금은 갖가지 요리가 올려져 있는 잔칫상입니다. 파는 자와 사는 자 간의 경쟁은 예전보다 더 치열해질 것입니다."

대형 금융지주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전개되고 있는 M&A 시장을 두고 잔칫상이라 표현했다. 파는 자와 사는 자가 만개하면서 M&A 시장에 큰 장이 섰다는 의미다. 지난 정부 때부터 누적돼온 M&A 매물에다 우리금융그룹 민영화, 산은금융그룹 역할 재편, 여기에 최근에는 LIG그룹 기업어음(CP) 사태 등이 M&A 시장에 불쏘시개가 됐다.


한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M&A 시장에 나온 매물의 성격이 워낙 다양해서 금융사마다 주판알 튕기기에 여념이 없는 상태"라며 "어떤 M&A 전략이 나올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M&A 매물 수두룩=20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권 내에 공식적으로 매물로 나온 금융사만 해도 10곳이 넘는다. 구조조정 여파로 나온 기업들 문건까지 나오면 말 그대로 'M&A 홍수'다.

은행권에서는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매각작업이 막바지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내년에는 우리금융그룹의 본체인 우리은행의 매각작업이 본격화한다. 대표적 2금융권인 보험 쪽만 해도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ING생명ㆍ우리아비바생명 외에 LIG손해보험이란 인기 매물이 등장했다. 대주주가 사모펀드인 동양생명 역시 잠재적 매물이다.

저축은행은 해솔(옛 부산솔로몬)과 한울(옛 호남솔로몬)저축은행 외에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의 SC저축은행도 매각작업이 한창이다. 캐피털 쪽에도 KDB캐피탈을 비롯해 우리파이낸셜ㆍSC캐피탈 등이 매물로 나와 있다.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자본시장 쪽은 사정이 더하다. 우리투자증권이란 대형 매물 외에 동양증권ㆍ대우증권 등이 잠재적 매물로 부상한 상태. 여기에 이트레이드증권ㆍ리딩투자증권ㆍ골든브릿지증권ㆍ아이엠투자증권 등 M&A 대상으로 거론되는 중소형 증권사까지 합치면 매물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각기 다른 성격의 매물, 다른 셈법=시장에 매물이 넘쳐나지만 그 이면에는 금융 주체 간 각기 다른 셈법이 흐르고 있다. 매물의 성격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짝짓기 전략에 큰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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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만 해도 시너지 기대 효과와 자체 수익성이 높은 우리투자증권ㆍ우리F&I 등이 큰 인기를 누리는 반면 우리아비바생명ㆍ우리카드 등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증권사의 경우 업황 자체가 바닥으로 내려앉으면서 대우증권 같은 대형사 외에는 입질 자체가 없다. 보험사 역시 ING생명이나 동양생명처럼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매물이 상대적으로 인기 매물로 분류된다.

한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잔칫상에 올라온 음식이라고 해서 젓가락이 다 가는 게 아닌 것처럼 이번 M&A 시장 역시 인기 매물과 비인기 매물 간 관심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지주 기회 살릴까=금융지주사들이 이번 M&A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올지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금융당국과 시장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체질 개선을 시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핫(hot) 매물'로 등극한 LIG손해보험만 해도 강력한 인수 주체로 금융지주사들이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LIG손보는 레드오션이 돼버린 손보업계에서 14%의 시장 점유율과 10%대의 자기자본이익률을 보여주는 우량 기업이다. 매각 가격은 약 6,000억원대로 우리투자증권보다도 낮다. 어느 금융지주가 인수하더라도 은행에 과도하게 편중된 이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4대 금융지주사 중 어느 곳도 손해보험사를 갖고 있지 않는 것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시너지 기대 효과가 낮은 점은 걸림돌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금융지주나 메리츠금융지주 같은 비은행계열 금융지주사가 LIG손보에 관심을 가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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